류허 후임엔 '일대일로' 허리펑, 외교 원톱엔 왕이 1순위
‘시진핑과 40년 인연’ 허리펑
성장 중시 경제부총리 유력
정치국원 물망 강경파 왕이
“대체 불가” 속 7상8하 변수
중국에는 국가주석이 정치·외교·국방을 총괄하고 국무원 총리가 경제를 책임지는 최고 지도부의 관례적 역할 분담이 있다. 현 지도부에서 보자면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사람은 리커창(李克强) 총리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1인 권력이 강화되면서 총리의 역할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집권 2기 들어서는 리 총리가 아닌 류허(劉鶴) 부총리(70)가 경제 분야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로 인식돼 왔다. 중학교 동창으로 시 주석과 인연이 깊은 류 부총리에게는 늘 ‘시진핑의 경제 책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시 주석 집권 2기 경제 분야에 류 부총리가 있었다면 외교 분야에는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72·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있었다. 그는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거쳐 집권 2기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25명의 핵심 지도부에 포함돼 중국 외교를 총괄해 왔다.
시 주석의 경제·외교 책사 역할을 해 온 류 부총리와 양 정치국원은 오는 22일 폐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기점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 모두 ‘7상8하’(67세 유임, 68세 퇴임) 관례에 따른 퇴임 대상이다.
두 사람의 자리를 누가 물려받을지는 당 대회 폐막 다음날 열리는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중앙정치국 위원 25명에 누가 새롭게 선출되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류 부총리의 후임으로는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67), 양 정치국원 후임으로는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69)이 유력하다. 다만 왕 부장은 7상8하 적용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허 주임은 현재 중국 경제 발전을 기획·감독하는 발개위 수장을 맡고 있다. 국내 대형 인프라 사업을 지휘할 뿐 아니라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자리다. 허 주임은 재정금융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가진 경제 전문가로 시 주석과도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1985∼1988년 시 주석이 푸젠(福建)성 샤먼(廈門) 부시장으로 일할 때 샤먼시 재정국 부국장과 국장을 지냈다. 이후 40년 가까운 친분을 쌓아왔고 시 주석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들은 그를 시 주석과 가장 가까운 측근 중 한 명으로 꼽으며 정책 추진력이 강하고 성장에 중점을 두는 인물로 평가한다.
시 주석 집권 3기 외교정책 책임자로는 왕이 현 외교부장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다. 미·중 갈등 심화 등 외교적 난제가 많은 상황에서 외교 투톱으로 일해 온 양 정치국원과 왕 부장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게 하는 것은 시 주석으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왕 부장이 퇴임 연령을 넘겼음에도 차기 외교담당 정치국원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왕 부장은 시 주석에게 자신이 직접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자신의 뜻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얘기도 있다. 그가 외교 원톱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면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불리는 중국의 강경한 외교 스타일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왕 부장이 7상8하 적용을 받을 경우 류제이(劉結一) 대만사무판공실 주임(64) 등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 류 주임은 현재 류하이싱(劉海星) 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부부장, 친강(秦剛) 주미 대사 등과 함께 차기 외교부장 후보로 꼽힌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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