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미착용 클라이밍 선수 귀국..시민들 "영웅"

박은하 기자 2022. 10. 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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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가 19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서 국영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히잡 미착용은 실수라며 심려를 끼친 데 사과했다. /EPA

서울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했다 연락이 끊기며 실종 의혹이 있었던 이란의 엘나즈 레카비 선수가 19일(현지시간) 무사히 귀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레카비는 이날 아침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 터미널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수십 명의 지지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박수를 치면서 레카비를 태운 밴 차량이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엘나즈는 영웅”이라고 외쳤다. 환영 인파 가운데 일부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고 AFP는 전했다. 레카비가 공항에서 어디로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날 히잡을 쓴 레카비가 공항 안에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과 함께 인터뷰 영상을 내보냈다. 레카비는 “예상치 못하게 불려서 경기에 나갔다. 신발과 도구를 준비하느라 바빴고 그래서 써야 하는 히잡에 대해서는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신의 가호로 이란에 건강하고 무사하게 돌아왔다”며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고 말했다.

레카비는 전날에도 인스타그램에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급하게 경기에 출전하느라 히잡을 챙기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레카비의 실종 의혹은 BBC페르시아 보도로 제기됐다. 지난 16일 레카비가 스포츠 선수용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경기에 출전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 이란에서는 히잡 반대 시위에 대한 지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BBC가 레카비의 소식이 끊겼다는 친구들의 말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레카비가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고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 것이라는 내용을 전했다. 주한 이란대사관은 ‘가짜뉴스’라며 레카비를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강압에 의한 해명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센터(CHRI)는 “레카비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UN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우리는 이 사안을 인지하고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관계 당국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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