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러 사령관 "헤르손에서 고전중" 인정

사진=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고전 중임을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로이터,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합동군 총사령관인 세르게이 수로비킨(사진)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뉴스채널 '로시야 24' 인터뷰에서 헤르손 점령지 상황에 대해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며 "적이 러시아군 진지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전황이 불리하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서,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음을 시사합니다. 수로비킨 사령관은 고전을 겪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향후 상황에 따라 '중요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전황 분석가들은 이 중요 결단이, 군인과 민간인 피해를 줄이겠다는 발언을 고려하면 헤르손에서 전면 대피령 또는 최악의 경우 전략적 후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분석은 "무엇보다 러시아군은 주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수로비킨 사령관의 언급이 뒷받침합니다. 최근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편입된 헤르손 점령지 행정부는 주민들에게 크림반도를 비롯한 러시아 영토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으며, 러시아도 피란민에게 주택을 비롯해 필요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수로비킨 총사령관은 또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의 카호우카 수력발전소 댐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군이 패잔병을 추격하는 민족주의자 부대를 운용하는 것을 비롯해 예비군을 총동원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다른 전략을 갖고 있다. 최고 사령관이 강조한 대로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대신 병사를 아끼고 적을 막으면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앞으로도 적시에 신중하게 행동하되, 복잡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헤르손에서 추가 계획은 앞으로 군사 상황 전개에 달려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는 이달 들어 헤르손주에서 약 500㎢에 달하는 점령지를 우크라이나에 빼앗기며 헤르손 점령군의 고립 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다.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은 잠시 소강상태지만, 헤르손의 보급로가 끊임없이 포격을 받는 가운데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크림대교마저 폭발하면서 점령군의 전력이 계속해서 약화하고 있습니다.

이규화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