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50엔대' 붕괴는 시간문제..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다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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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가치(엔-달러 환율)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150엔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엔-달러 환율이 145엔대 후반에 이른 지난달 22일 24년 만에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 개입'에 나섰지만 얼마 버티지 못했다.
남은 유일한 수단은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결단하는 것이다.
현재 엔화 약세(엔저) 흐름이 꺾이지 않는 본질적인 이유가 미·일 금리 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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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빨간불]
일본 엔화 가치(엔-달러 환율)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150엔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시장에선 이 흐름을 되돌릴 수단이 별로 없어 150엔 붕괴가 ‘시간문제’일 것이라 보고 있다. 일부에선 이 상태가 이어지면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대혼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일 도쿄 외환시장에선 1달러 당 엔화 가치가 한때 149엔을 넘어서면서 1990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화 가치는 벌써 9주 연속 하락하는 중이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미국에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일·미 금리 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엔을 팔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흐름을 되돌릴 똑 부러진 정책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일본 재무성은 엔-달러 환율이 145엔대 후반에 이른 지난달 22일 24년 만에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외환 개입’에 나섰지만 얼마 버티지 못했다. 직접 개입이라는 고강도 정책을 썼는데도 별 효과가 없어 다시 이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다.
남은 유일한 수단은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결단하는 것이다. 현재 엔화 약세(엔저) 흐름이 꺾이지 않는 본질적인 이유가 미·일 금리 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달러 강세를 걱정하지 않는다. (미국) 경제는 지독하게 강하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로 고통받는 동맹이나 제3세계 국가의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그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나와 “최근의 엔화 약세 진행은 급속하고 일방적이어서 경제에 마이너스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안정적인 엔화 약세 움직임이 있다면 경제 전체에 플러스로 작용한다”며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는 지론을 꺾지 않았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못 올리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2013년 4월 ‘아베노믹스’라는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하며 내건 이유와 같다. 엔화 약세를 유도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이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1016조엔(일본 국내총생산의 약 256%·약 1경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가부채다. 작은 금리 인상으로도 일본 정부가 내야 할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그 와중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이 겹치면서 가계와 기업의 고통은 계속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최근 발표한 생활의식 조사를 보면 소비자가 느끼는 1년 동안의 인플레이션은 10%에 달했다.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지면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거래하는 물품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일본 기업물가지수도 9월 기준 116.3으로 1년 전보다 9.7% 상승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상황을 돌파하려면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기업을 채근하고 있다.
일부에선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수준의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 수석 환율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엔화가 달러당 150엔과 같은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1997년 같은 아시아 외환위기의 혼란이 올 수 있다. 자본이 아시아에서 대거 이탈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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