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립대, 5년간 실험에 동물 100만 마리 동원..연구냐 동물권 보호냐

최정석 기자 2022. 10. 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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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가장 많은 37만 마리 사용
일부는 윤리위 승인 없는 불법 실험
미국·유럽 동물 실험 금지 추세
'장기 칩' 등 대체 시험 방법 등장
현장 "인체 반응 예측 모델 부족해"
실험용 생쥐. /조선DB

주요 국립대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100만마리 넘는 동물들을 동물실험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권 단체는 물론 과학자들 사이에선 동물실험 건수를 줄이면서 대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법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거나 허용 범위를 줄이면서 정부가 대체 기술 개발에 쓸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19일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시흥갑)이 주요 국립대 10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물실험에 이용된 동물 수는 총 107만2267마리다. 조사 대상은 서울대, 충남대, 부산대, 경북대, 강원대, 전북대, 전남대, 경상국립대, 충북대, 서울과기대 등이다.

이 중 서울대가 가장 많은 37만2547마리를 사용했다. 동물실험 횟수 또한 1만1167회로 제일 많았다. 서울대에 이어 충남대 17만3804마리(실험 798회), 부산대 12만5118마리(797회), 경북대 9만356마리(777회), 강원대 8만4833마리(609회), 전북대 8만3733마리(591회) 순으로 많은 동물을 실험에 사용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 없이 불법으로 실험을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대 이모 교수가 그러한 사례로, 그는 최근 학교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한 동물 실험 연구실 소속 사육사는 실험 동물들을 학대하다 적발돼 최근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뉴질랜드 과학자가 실험용 토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UAR(Understanding Animal Research) 제공

이런 극소수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 실험은 윤리위 승인 하에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법적 차원을 떠나 동물 실험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험 동물과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동물에게 유효하고 안전한 제품이라 해도 사람에게는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동물연구에서 효과성, 안전성을 입증한 약물들 중 92%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시장 출시에 실패한다.

미국과 유럽 등은 동물 실험을 줄이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35년부터 원칙적으로 동물 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EPA는 지금껏 화학물질 독성 연구, 환경오염물질 안전 검사 등을 위해 동물 실험을 해왔으며 민간 기업에도 동물 실험 자료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되면 환경보호청장의 승인을 받아야지만 동물 실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EPA는 2025년까지 제품 독성시험에 쓰이는 동물 실험 예산 지원금을 현재의 70% 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다. 또 동물 실험을 대체할 과학 기술 개발을 위해 존스홉킨스대학과 밴더빌트 의료센터 등 5개 기관에 425만달러(한화 약 6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도 화장품 관련 동물 실험 금지 정책을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EU는 이미 지난 2004년을 시작으로 완성 화장품과 화장품 원료의 효과성·안전성 확인을 위한 동물 실험을 금지한 상태다.

다만 이는 FDA, 유럽의약품기구(EMA) 등 의약품 허가 기관에는 적용되지 않는 조치다. 이들 기관은 새로 개발된 의약품에 허가를 내리는 과정에서 ‘전임상 시험’이라 불리는 동물 실험 데이터를 요구한다. 국내 의약품 허가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찬가지다.

인간 장기 배양 칩. /에뮬레이트 제공

현재 동물 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들이 하나둘씩 개발되고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장기 칩(Organ-On-a-Chip)’이다. 장기 칩은 인간 장기의 미세한 구조를 재현한 3차원 칩에 실제 세포를 배양해 특정 장기의 기능과 특성을 구현한 진단기기다.

장기 칩을 사용하면 연구자는 간, 폐, 뇌와 같은 개별 장기 또는 여러 장기가 특정 물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볼 수 있다. 사람의 각 피부층을 배양해 ‘3차원(3D) 프린트 피부 모델’을 만들어 의약품이나 화장품 원료의 효능과 안전성을 실험하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다만 아직 동물 실험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성종환 홍익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보건의료산업에 활용 가능한 장기칩 기술 동향’ 보고서를 통해 “세포를 배양해 만든 장기는 인체와 유사성이 높지 않아, 실제 인체 반응을 예측하는 모델로는 완벽하지 못하다”며 “또 일부 장기만 세포 배양으로 만들어내 외부 물질에 대한 반응을 살핀다 해도, 몸 전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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