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월드리포트] 스탈린, 6·25 때 김일성에 38선 이남 재진격 제안
오늘(19일)은 72년 전 중국군이 6·25 전쟁에 참전한 날입니다. 1950년 10월 19일 중국군 26만 명이 압록강을 건넜고, 엿새 뒤인 10월 25일 한국군과 첫 전투를 벌였습니다. 중국 측 자료에 따르면, 6·25 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의 총규모는 290만 명에 달합니다.
북한군 · 중국군, 서로를 적으로 오인해 사격
6·25 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이 북한군과 처음부터 연합사령부를 구성한 것은 아닙니다. 중국은 연합사령부를 원했지만, 북한 김일성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연합사령부를 구성할 경우 군인 수적으로나 화력 면에서 열세인 북한이 중국에 군 지휘권을 내주게 될 것으로 김일성은 판단했던 것입니다.
펑더화이 "북한군, 산 들어가 토비 돼…지휘 매우 유치"
북한군에 대한 중국의 불신도 컸습니다. 첫 전투를 치른 10월 25일 펑더화이는 "북한에서 16세 이상 45세 이하 모든 남성이 무차별적으로 징병되고 있으며, 이들 중 10~20%는 산으로 들어가 토비가 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군사 지휘 체계가 매우 유치하다고 했습니다. 북한군이 '평안남도 덕천을 사수하라'는 상부 명령에 덕천에만 군대를 배치하고 덕천의 동쪽 영원과 서쪽 구장에는 병력을 배치하지 않아 이 지역들이 유엔군에 점령돼 덕천의 부대가 고립됐다고 예까지 들었습니다.
북 · 중 연합사령부 구성은 스탈린 작품
하지만 소련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소련 서기장 스탈린은 11월 16일 마오쩌둥과 김일성, 슈티코프에게 "3인 소조를 구성할 게 아니라 북한과 중국의 연합사령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령관은 중국이, 부사령관은 북한이 맡도록 했습니다. 소련이 전쟁에 대한 3분의 1의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을 중국에게 전적으로 미루려 했다는 게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진의 판단입니다.
중국으로서는 그토록 원하던 연합사령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된 데다, 사령관 자리마저 준다고 하니 나쁜 제안이 아니었습니다. 북한도 소련 최고지도자의 제안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12월 8일 북·중 연합사령부가 조직됐습니다. 중국이 6·25 전쟁에 참전한 지 꼭 50일 만입니다.
스탈린, 김일성에 38선 이남 재진격 제안
스탈린은 김일성에게도 선물을 안겼습니다. '38선 이남 재진격'이 바로 그것입니다. 앞서 11월 15일 중국과 북한은 평양~원산 이북 회복을 1차 목표로 잡고, 이후 이듬해인 1951년 3월까지는 휴식과 정비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스탈린은 이 정비 기간에 전쟁이 끝날 것을 우려했습니다. 미국을 한반도에 장기간 묶어 둬 소련이 유럽에서 사회주의를 강화할 시간을 확보하는 게 스탈린의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스탈린의 연합사령부 구성 제안 이후 김일성은 김책을 연합사령부 부사령관으로 내정했습니다. 하지만 스탈린의 전보를 받은 뒤 김일성은 부사령관을 김웅으로 전격 교체했습니다. 스탈린의 전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일성의 전보에는 "김책이 부사령관으로 부적절하다는 스탈린의 지적은 정확하다"고 돼 있습니다. 김일성은 이어 "김책은 서울에 2~3개 사단을 파견하는 것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교체 사유를 적었습니다.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보낸 전보에서 북한군을 38선 이남으로 파견하도록 했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중국은 미국과의 전면전을 우려해 '방어 중심' 전략을 구사했는데,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인천상륙작전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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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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