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암제 회사 8000억 베팅한 LG화학..현지 네트워크·권리 인수 효과 기대
LG화학이 8000억원을 투입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미국 바이오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을 인수한다. 아베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기업이다. 국내 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바이오기업을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가능성에 기대↑
아베오는 20년 가까이 항암제 한 우물만 판 신약 개발사다. 지난 2002년 미국 보스턴에서 설립된 뒤 2010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회사가 개발한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성분명 티보자닙)’는 지난해 3월 FDA 허가를 받았다.
포티브다는 2006년 일본 제약사 쿄와기린에서 기술이전을 받은 혈관성장억제(VEGF) 물질을 표적 항암제로 발전시킨 제품이다. 미국에서는 기존 치료가 듣지 않는 재발성 신장암 환자를 위한 3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고, 이보다 앞서 2017년 8월 유럽 식품의약청(EMA)에서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VEGF 표적항암제는 암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억제해 암 세포를 없앤다. 로슈(당시 제넨텍)가 2000년 개발한 블록버스터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이 대표적 제품으로 분류된다. 아바스틴은 2020년 특허가 만료돼 전세계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포티브다의 미국 매출액이 3900만 달러(약 557억원)로 혁신 신약 치고는 그리 폭발적이진 않다. 아베오는 지난해 76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4230만 달러(603억원)로 그나마 포티브다 매출이 대부분이었다.
LG화학이 이런 회사를 8000억원이나 주고 사들인 것은 포티브다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표적항암제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2018년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함께 쓰면 시너지가 난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두 항암제 병용 요법 연구가 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로슈의 면역항암제인 티센트릭과 표적항암제인 아바스틴 병용 요법은 간암 표준 치료로 인정을 받았다. 아베오는 BMS의 면역항암제인 옵디보,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인 임핀지와 병용 요법에 대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니캉 테라퓨틱스가 개발하는 신세포암 항암 신약과 함께 쓰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포티브다와 면역항암제의 병용 요법이 인정 받으면 매출 증대와 인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화학도 지난해 500억원에 머물던 아베오의 매출이 올해 1500억원, 2027년에는 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달 18일 아베오 인수 소식을 공가하면서 생명과학 부문 매출이 2027년 2조 원을 달성할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 역삼각합병으로 아베오 현지 네트워크 활용
LG화학이 아베오를 종속회사인 ‘LG 켐 라이프사이언스 이노베이션센터(LG Chem Life Science Innovation Center)’에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 역삼각합병 방식으로 아베오를 인수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역삼각합병’은 인수 대상 기업이 역으로 인수기업의 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식이다.
LG화학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아베오의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온전히 흡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흔한 방식인 흡수합병을 하게 되면 인수된 회사가 소멸된다. 그렇게 되면 아베오가 보유한 각종 사업권, 인허가권과 특허권 등이 모두 사라진다는 뜻이다.
LG화학도 아베오가 거래한 기업을 다시 찾아다니면서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한다. 아베오는 미국에서 머크(MSD),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등 글로벌 대형사들과 신약 개발 경험을 쌓았다. 단순히 인허가권을 떠나 무형 자산이 풍부하다.
역삼각 합병은 나스닥 상장사 지분을 100% 인수할 때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주식을 공개 매수할 경우에는 다른 경쟁자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삼각 합병’은 주총에서 주주 승인만 받으면 가능해 혹시 모를 합병 반대 세력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나스닥 시장에서 아베오의 주가는 전날보다 40%이상 급등한 14.92달러로 장을 마쳤다. LG화학의 인수가격은 주당 15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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