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인물들③..시진핑 새 경제·외교 책사는 누구?[중국 20차 당대회]
중국에는 국가주석이 정치·외교·국방을 총괄하고 국무원 총리가 경제를 책임지는 최고 지도부의 관례적 역할 분담이 있다. 현 지도부에서 보자면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사람은 리커창(李克强) 총리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기 1인 권력이 강화되면서 총리의 역할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집권 2기 들어서는 리 총리가 아닌 류허(劉鶴) 부총리(70)가 경제 분야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로 인식돼 왔다. 중학교 동창으로 시 주석과 인연이 깊은 류 부총리에게는 늘 ‘시진핑의 경제 책사’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시 주석 집권 2기 경제 분야에 류 부총리가 있었다면 외교 분야에는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정치국원(72·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있었다. 그는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거쳐 집권 2기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25명의 핵심 지도부에 포함돼 중국 외교를 총괄해 왔다. 당이 정부에 우선하는 중국에서는 외교부장이 대외적으로 외교 수장 역할을 하지만 실질적인 외교정책의 책임자는 당의 외교담당 정치국원이라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의 경제·외교 책사 역할을 해 온 류 부총리와 양 정치국원은 오는 22일 폐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기점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 모두 ‘7상8하(67세 유임, 68세 퇴임)’ 관례에 따른 퇴임 대상이다. 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구성을 제외하면 류허·양제츠 두 사람의 자리를 누가 물려받을지가 지도부 개편에 관한 국내외 최대 관심사다. 그 면면은 당 대회 폐막 다음날 열리는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중앙정치국 위원 25명에 누가 새롭게 선출되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류 부총리의 후임으로는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67), 양 정치국원 후임으로는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69)이 유력하다. 다만 왕 부장은 7상8하 적용 여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허 주임은 현재 중국 경제 발전을 기획·감독하는 발개위 수장을 맡고 있다. 국내 대형 인프라 사업을 지휘할 뿐 아니라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자리다. 허 주임은 재정금융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가진 경제 전문가로 시 주석과도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1985∼1988년 시 주석이 푸젠(福建)성 샤먼(廈門) 부시장으로 일할 때 샤먼시 재정국 부국장과 국장을 지냈다. 이후 40년 가까운 친분을 쌓아왔고 시 주석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들은 그를 시 주석과 가장 가까운 측근 중 한 명으로 꼽으며 정책 추진력이 강하고 성장에 중점을 두는 인물로 평가한다.
시 주석 집권 3기 외교정책 책임자로는 왕이 현 외교부장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다. 미·중 갈등 심화 등 외교적 난제가 많은 상황에서 그동안 외교 투톱으로 일해 온 양 정치국원과 왕 부장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게 하는 것은 시 주석으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왕 부장이 퇴임 연령을 넘겼음에도 차기 외교담당 정치국원 1순위로 꼽히는 이유다. 왕 부장은 주일 대사를 지낸 일본통 외교관으로 시 주석 집권 1기 외교부장에 발탁되기 직전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도 지냈다. 시 주석 집권 2기에 외교담당 국무위원직을 겸하며 격화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외교를 진두지휘했다. 시 주석에게 자신이 직접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자신의 뜻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얘기도 있다. 그가 외교 원톱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면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불리는 중국의 강경한 외교 스타일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왕 부장이 7상8하 적용을 받을 경우 류제이(劉結一) 대만사무판공실 주임(64) 등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 류 주임은 현재 류하이싱(劉海星) 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부부장, 친강(秦剛) 주미 대사 등과 함께 차기 외교부장 후보로 꼽힌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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