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2 코로나 사태는 없다"..질병청 감염병 대응 연구시설 첫 공개

오송(충북)=김양혁 기자 2022. 10. 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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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신종병원체분석실험실·생물안전연구시설 첫 공개
원인불명 바이러스 예측·대응.."코로나19도 발생 예측"
원룸 규모 방에 장비 가격만 수십 억 원
생물안전연구 3등급 시설.."高위험 바이러스 연구"
"첨단 설비 갖춰..한국 공학 역량 과시"
질병관리청 검체처리실에서 연구원이 검체를 추출하고 있다. /오송=김양혁 기자
질병관리청. /오송(충북)=김양혁 기자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여는 질병관리본부’.

지난 2007년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내세운 비전이다. 지난 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질병관리청 청사에 도착하자 한가운데 비전을 담은 비석이 눈에 들어온다.

세상에 질병이 사라진다고 해서 질병청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다. 인류가 겪어 보지 못한 바이러스들은 오늘도 무수히 생겨나고 사라진다. 질병청이 스스로를 감염병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파수꾼’으로 자처하는 배경이다.

질병청은 이날 국내외 언론에 감염병 대응 시설을 공개하고 ‘감염병 예방관리 아카데미’를 열었다. 위험한 바이러스를 직접 다루는 신종병원체분석실험실과 생물안전특수연구시설이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이날 공개는 코로나19와 같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있는 현장을 좀더 가까이 보여주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신종병원체분석과는 질병관리청 감염병진단분석국에 속해 있다. 감염병진단분석국은 정책을 담당하는 감염병진단관리총괄과와 실험·분석하는 세균분석과, 바이러스분석과, 매개체분석과, 고위험병원체분석과, 신종병원체분석과로 구성한다.

정책과 실험·분석이 한 조직에서 이뤄지다 보니 결재선이 줄어들어 신속한 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세계보건기구(WTO)도 이러한 조직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유천권 질병관리청 감염병진단분석국장은 “국내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정책 행정부서와 실험·분석 부서가 함께 있다”라며 “정책에 필요한 근거를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고 정책을 어떻게 끌어갈지를 고민한다. 과학과 실험을 통한 결과가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는지 보여주겠다”라고 자신했다.

유전자 검사실에서 연구를 진행 중인 연구원. /오송(충북)=김양혁 기자

이날 오전 감염병진단분석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유전자검사실로 발길을 옮겼다. 실험실 내부에는 연구원이 바이러스 검체를 분석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코로나19 검체 수집과 정리를 비롯, 리보핵산(RNA) 자동화 추출 기기와 유전자 증폭기기를 활용해 코로나19 특이 유전자 증폭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얻은 전장염기서열에 대한 데이터를 연구원들이 밤낮없이 분석한다.

김은진 질병청 신종병원체분석과장은 “변이 전에 가장 기본 되는 게 진단이다. 진단분석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바이러스) 하고 있다”라며 “과거 메르스, 사스를 겪으며 많은 교훈을 얻었다”라고 했다. 그는 중앙방역대책본부 검사분석 팀장도 맡고 있다.

질병청은 과거의 교훈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조기에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나리오를 짜놓고 바이러스 발생 시 진단과 역학을 어떻게 대응할지 풀어나가는 도상훈련의 성과가 컸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처음 보고됐는데, 분석국은 이보다 일찍 중국에서 원인불명의 바이러스 가진 사람이 사망한 시나리오로 바탕으로 훈련을 진행해왔다고 한다.

김은진 과장은 “2019년 12월 15일은 진단과 역학 실무자들이 토론한 게 맞아떨어졌다”며 “인플루엔자 다음은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생각해 유연하게 강약 조절 잘해서 대응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를 분석하기 위한 다양한 장비들도 연구진을 뒷받침한다. 최대 400개 샘플을 분석할 수 있는 기기는 5억원에 달한다. 연구실 내 이 기기는 3대가 있다. 이외에도 7000만~2억원 상당의 분석 기기도 다수 있다. 원룸 같은 공간 내 갖춰진 기기 가격만 수십억에 달한다.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 출입문. /오송(충북)=김양혁 기자

유전자검사실 견학 이후 생물안전연구시설로 이동했다. 이곳은 동물이용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과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로 구성한다.

박민우 질병관리청 생물안전평가과 보건연구사는 “생물안전연구시설은 1~4등급으로 나뉘는데 숫자가 올라갈수록 위험한 물질을 다룰 수 있다”라며 “3등급은 감염됐을 때 증세는 심각하지만 치료 가능한 바이러스를 다루는 곳으로, 사스, 메르스를 비롯, 탄저균 페스트균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험실 내부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외부 유리창을 통해 연구원들의 연구활동을 지켜볼 수 있었다. 3등급 시설인 만큼 내부는 내부 압력이 외부 압력보다 낮은 ‘음압’을 유지한다. 실험실 내부로 들어갈수록 음압 강도가 높아진다. 내부 바이러스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걸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실험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실험복은 물론, 온몸을 무장한다. 군에서 진행하는 화생방 훈련을 연상케 한다. 호흡을 위해 무게 2~3㎏의 별도 장비도 허리에 착용한다. 평소보다 호흡이 어렵고, 여러 장비를 착용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강도가 높다. 실험실 이용 시간을 3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실제 연구 과정에서 이를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박민우 연구사는 “연구시설에는 첨단설비와 시스템들이 포함돼있다. 이는 나라의 공학적 역량을 대변해준다”라고 강조했다.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에 출입하기 위한 장비를 모두 착용한 모습. /오송(충북)=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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