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지진, 예측과 대비 사이

2022. 10. 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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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지진은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국민에게 인식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두 번의 큰 경험을 통해 학교 및 공공기관에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등 지진안전 예방교육과 대책이 빠르게 전파되고 일반국민에게 체질화된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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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지진은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걸 국민에게 인식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조그만 흔들림이라도 느껴진다 싶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인터넷 검색창에서 ‘지진’을 입력하고 우리 주변은 물론 최근 일어난 국내외 지진을 실시간으로 찾아본다. 이제 ‘지진’은 비단 이웃나라 일본의 특정한 사건이 아닌 우리도 자주 경험할 수밖에 없는 특이한 일상이 됐다.

경주지진과 포항지진, 두 번의 큰 경험을 통해 학교 및 공공기관에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 등 지진안전 예방교육과 대책이 빠르게 전파되고 일반국민에게 체질화된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자연재해에 대한 올바른 정보공유와 이해가 선행된다면 감성적 두려움과 막연한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2017년부터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지진과 관련된 연구가 시작됐다. 특히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지진의 ‘예측’보다는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비’ 연구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즉, 국민안전을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하고 점진적으로 과학적 난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경주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양산단층 전 구간에 대한 1단계 조사를 마무리했고, 올해부터는 전 국토를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혁신적이면서도 다학제적 연구접목을 통해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다. 항공라이다 탐사와 제4기 연대측정기술 등 최신 선진 연구기법을 적용하는 동시에 지형·지표천부 지구물리탐사 등 융합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동남권 축척 2만5000분의 1, 단층주제도 제작에 성공, 이제는 땅 속에 기록된 선사시대 고(古)지진 기록을 바탕으로 선제적 대비의 길이 열렸다. 지진 대피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핵심 기술인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경주지진 당시에는 26초였는데 포항지진에서 19초까지 단축했고 현재는 규모 5 이상의 지진에 대해 관측 후 5~10초에 연구개발이 이뤄진다. 특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은 내륙지진의 경우 7초 이내 통보를 목표로 하고 있어 재해 선진국인 일본의 수준에 근접했다.

더 나아가 지진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사는 곳의 땅이 어느 정도의 세기로 흔들릴지에 대한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동역학 시나리오가 동반된 3D 지진파 시뮬레이션으로 특정 지역에서 예상되는 강지진동을 예측할 수 있다. 즉, 내가 있는 땅이 어느 정도 세기로 흔들릴지에 대한 물리적·통계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대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물론 시설물의 내진설계 등에 유용히 활용할 수 있다.

현재의 과학기술 단계에서 지진 발생확률은 30~50년 단위로 예측할 수밖에 없어 예보 수준보다는 선제적 예방에 그치고 있다. 특히 지진 예측의 유의미한 자료가 될 고지진 및 단층 등에 대한 연구결과물은 시간과의 싸움이 필수이기에 기다림이 요구된다. 국민이 느끼는 안전의 기준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개발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이어진다면 적어도 지진은 충분히 피해 갈 수 있는 특이한 일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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