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를 이겨낸 고등빌더' 이젠 아버지를 위해 뛴다 : 보디빌더 이신의 이야기 [반간다]

반재민 2022. 10. 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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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과 인터뷰를 가진 보디빌더 이신
이신, 보디빌더나 씨름을 유심히 봤던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씨름선수이자 보디빌더로 학창시절 이름을 날렸던 이신, 각종 방송에도 출연할 정도로 유명세를 쌓은 그였지만, 그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새터민 출신의 어머니, 중국인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인 이신은 초등학교 4학년 대한민국으로 온 이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이신에게 운동은 자신을 따돌리고 괴롭힌 친구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씨름을 시작하게 되고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면서 자신의 천직은 운동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운동의 동기부여로 삼았다. 그리고 자신을 가꿔나갔다. 씨름선수와 보디빌더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그는 꾸준히 바벨과 덤벨을 잡았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쌓아 본격적으로 '고등빌더'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이후 씨름과 보디빌딩의 갈림길에서 보디빌딩을 선택한 이신은 올 시즌 대학부를 건너뛰고 2022 미스터코리아 일반부 -80kg에 출전, 4위의 성적으로 마무리하며 성인 보디빌딩 무대에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자신의 불우했던 학창시절을 운동으로 극복해낸 그, 하지만 그에겐 아직 할일이 남아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의 약속,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함께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자신의 몸을 갈고닦는 도시의 수도승, 이신을 몬스터짐이 만나보았다.


비시즌 이신의 바디 컨디션,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보디빌딩 전문가들은 "비시즌에 이런 몸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미스터코리아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올 시즌 준비를 거의 안한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기자기 보기에도 놀라웠던 미스터코리아 깜짝 출전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번 대회는 6주 정도 준비했어요
. 상당히 짧았죠. 원래는 올해 시합 준비할 생각이 없었고, 올해 바로 입대를 하려고 했는데 부산시보디빌딩협회에서 군대는 미루고 대회에 출전하는게 좋겠다고 조언을 해서 남은 6주 동안 열심히 준비했어요."  

급하게 결정된 미스터코리아, 체급도 그에겐 도전이었다. -80kg으로 올렸다. 체중을 조절하기 촉박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는 -80kg에서도 가능성을 보였다. 이번 미스터코리아에서 그가 거둔 성적은 체급 4위, 준비할 시간이 제대로 있지 않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 역시 "원래 목표를 3위에서 4위로 잡았는데 4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자신의 몸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이번에는 힙이랑 어깨, 등 하부가 전체적으로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특히 상체 사이즈가 많이 부족했어요. 다이어트도 그렇게 잘한 것도 아니었어요. 일단 어깨 후면이나 등 갈라지는 부분에 대해 운동을 많이 해야할 것 같은 고민이 있어요" 

아쉬움의 이야기는 접어두고 그의 인생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먼저 그에게 처음 바벨을 잡았던 그때를 물어보았다. 

"제대로 바벨을 잡은 것은 중학교 3학년 말이었어요. 그전에는 맨몸 운동을 했었는데 어느 날 운동을 하다가 어떤 책을 본 거예요. 보디빌더 관련 책이었는데 그 책을 보고 진짜 멋있다
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것 같아요."



왜 그는 운동이라는 원초적인 움직임에 헌신하게 되었을까? 이신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그의 학창시절은 불우했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에게 운동은 한국의 학교 생활에 대한 증오심을 푸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제가 처음에 한국 왔을때 좀 많이 힘들었어요. 말을 잘 못하다보니 공부도 그렇고, 커뮤니케이션도 안되니까 애들이 저를 괴롭혔어요. 저는 강해지고 싶었어요. 저를 괴롭히는 애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씨름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만난 씨름과 보디빌딩은 자신의 인생을 부정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는 큰 역할을 했다. 씨름과 보디빌딩이 둘 다 좋아 학창시절에는 두 가지를 모두 했지만, 보디빌딩의 성적이 더 잘나오고 재미있어 본격적으로 보디빌딩의 길에 들어서게 된 이신, 그는 운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는 것에 공감했다.

"운동이 저에게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에요. 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분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좋은 친구들도 사귀게 되었고, 무엇보다 성격을 많이 바꾼 것 같아요. 인내심이라든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라든지 사회성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운동을 하면서 힘든 시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흔히들 말하는 식단과 다이어트와 같은 운동 내적인 부분이 아닌,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난해 그는 아버지를 잃었다. 대회를 준비하던 도중 들은 비보에 그는 눈물을 흘리며 바밸을 잡아야만 했다.

"식단 운동 이런 것도 힘들지만 부모님이 몸이 안 좋을 때 마음이 좀 많이 안 좋았어요. 특히 아버지가 작년 5월 7일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데 제가 아무것도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심적으로 많이 흔들리고 힘들었어요. 아버지는 저에겐 엄청 남자셨고, 그리고 제가 어머니에게 잘못했을 때나, 혼날 때나 항상 제 편을 들어주시고 커버를 해주셨을때 너무 멋있었어요. 저에게 항상 하셨던 말씀이 지금 하는 것 열심히 한다면 뭐라도 안 되겠나는 말이었는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버지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는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있다. 어머니의 건강 역시 좋지는 없다. 그가 왜 더욱 책임감을 갖고 바벨을 잡고 있는 지, 그리고 부모님을 위해 운동을 해야하는 지 알 수 있는 하나의 이유다.

"어머니가 지금 몸이 불편하세요 젊었을 때 저희를 위해서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막노동도 하시면서 먹여 살리다보니 지금 어깨나 허리, 관절이나 이런 곳이 성한 곳이 없더라구요. 벌써 열 세번이나 수술을 하셨어요.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계셔서 저는 많이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요. 그래서 꾸준하게 흔들리지 않고, 다른 길에 빠지지 않고 제 할 거 하고 열심히 하고 살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인도한 고마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운동의 길로 이끌어준 고마운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

"고마운 사람이요? 가장 먼저 고등학교 코치님 생각이 나요. 저를 보디빌딩으로 이끌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고, 제 첫 스승님 황희영 선생님도 기억이 납니다. 2017년 미스터 부산이신데 그 선생님도 처음 운동읗 할 때 형편도 안되었지만, 옆에서 챙겨주시고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를 이끌어주신 분이 있어요 씨름 할 때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나게 되었는데 많이 조언도 해주시고 멘탈 쪽이나 이렇게 저를 계속 지지해주셨는데 항상 계속 그분들을 생각하고, 아버지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고등빌더에서 이제 알을 깨고 보디빌딩 세상으로 나오려하는 이신, 그의 꿈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서도 그는 항상 아버지와 했던 약속을 생각했다. 

"제 꿈은 부모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로 남고 싶은 것이 목표고 제 이름으로 보디빌딩을 알리고 싶어요. 그 후에는 제가 고향이 중국이잖아요. 그래서 중국과 한국이 보디빌딩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교류를 하면 좋겠고, 그 다리를 제가 놓는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는 내년 입대를 계획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임에도 입대를 결정한 그는 3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오겠다는 각오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에 군대를 갈 예정이고, 제 생각에는 3년 정도 공백이 있을 것 같아요. 군대를 잘 다녀온 다음에 미스터 코리아를 또 도전할 것 같습니다. 아마 그때는 더 좋은 모습으로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암울한 시기 자신을 구원의 길로 이끌어준 운동, 시련을 이겨낸 고등빌더 이신은 이제 아버지,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바벨을 들고 덤벨을 들고, 머신을 밀고 당기고 있다.

"항상 저를 좋게 봐주시고 이렇게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도 후회하지 않게 여러분 실망 시키지 않고 더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반재민
사진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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