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셋 낀 채 손끝으로 3D 모델링..피그마 인수한 '어도비'도 메타버스 입장
어도비, 메타와 파트너십
퀘스트 프로로 3D모델링 하고
눈앞에 펼쳐진 PDF 수정 작업
몰입형 환경 속 창작 경험 확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헤드셋을 쓴 상태로 눈 앞에 펼쳐진 PDF를 읽고 코멘트를 달거나 콘트롤러를 통해 손 끝으로 삼차원(3D) 모형을 정교화하는 게 가능해진다. 포토샵·프리미어로 유명한 글로벌 대표 창작자 도구 플랫폼 어도비가 메타(옛 페이스북)와 손을 잡고 PC와 태블릿을 넘어서 몰입형 환경에서의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하면서다.
18일(현지 시간) 어도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씨어터에서 연례 행사인 '어도비 맥스 2022'를 열고 “메타와 파트너십을 통해 PC에 한정됐던 3D 작업 애플리케이션(앱) ‘서브스턴스 3D(Substance 3D)’를 AR 환경으로도 가능하게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어도비 맥스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개최돼 2000여명의 참가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이날 무대에서 3D 모델링 시연에 나선 지오반니 낙필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직접 퀘스트 프로를 이용해 용의 형상을 조형물로 빚어내는 과정을 보여줬다. 용의 날개, 목 그리고 몸통을 연결하는 부위를 부드럽게 빚는 한편 사이즈를 조정하거나 세부적인 디테일을 바로 잡는 과정이 불과 3~4분 안에 이뤄졌다. 실제로 조형물을 만드는 예술가로도 활동하는 낙필 디렉터는 “조형물이 내 눈앞에 펼쳐진 상태에서 쉽게 용의 비늘 등 작은 디테일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재질, 패턴을 정하고 색칠을 하면서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 빠르고 자연스럽게 벌어진다”고 말했다. 낙필은 2014년부터 메타의 오큘러스팀에서 3D 아바타 등을 제작한 경력이 있다.
피그마 인수한 뒤 공식 첫 행보 ‘메타버스’
이어 시연에 나선 웨스 맥더못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등산용 스테인리스 물병에 스티커를 붙인 뒤 이를 순식간에 몇 년 이상 쓴 물병으로 탈바꿈시켰다. 스티커가 자연스럽게 말리고 꾸겨진 흔적이 생기는 한편 떨어뜨려 움푹 패인 자국을 냈다. 이후 이를 포토샵으로 옮겨 추가적인 카메라 효과를 통해 그림자와 빛 반사된 모양을 담아냈다. 이번에 어도비가 포토샵과 3D 섭스탠스 앱 간의 유기적 통합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어도비는 200억 달러(약 28조원)에 창작용 소프트웨어 피그마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화제를 일으켰다. 기존에 전문가용으로 여겨졌던 어도비 창작툴과 달리 피그마는 직관적이고 단순화한 창작 도구로 이름을 알렸다. 피그마 인수를 통해 다양한 이용자 층을 유입시킨다는 전략이다. 피그마를 인수한 후 처음으로 공식 행사를 개최한 자리에서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최고경영자(CEO)는 “10년 전 클라우드 환경으로 어도비 소프트웨어를 옮겨간 큰 결정 이후 전자문서부터 창작툴까지 디지털 경험을 강화했다”며 “어도비는 이용자들이 모두 쉽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협력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1000만명에 달하는 비영리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어도비의 무료 버전인 어도비 익스프레스를 배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기조연설에 참석한 딜런 필드 피그마 공동창업자는 “어도비와 손을 잡으면서 기존에 도전하지 못했던 3D, 영상 등에 도전할 수 있어서 기대가 된다”며 “피그마의 비전인 상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피그잼 등 협력 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창작자 대체 아닌 창작자 조수 맡는 AI
이날 어도비가 내세운 ‘창의성의 민주화’ ‘차세대 협력적 창의성 견인’ 등의 핵심 요소로 등장한 것은 어도비의 생성형 인공지능 ‘센세이 엔진’이다. 2016년 처음 포토샵, 프리미어, 라이트룸 등 어도비 앱에 도입된 뒤 5년을 맞은 이 AI는 기존에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픽셀 단위를 계산했지만 최근에는 문맥을 분석하면서 이미지 전체를 빠진 부분을 추론해내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 데이비드 와드와니 어도비 디지털미디어부문 사장은 “어도비 센세이 엔진을 통해 이미 여러 어도비의 앱들에서 수백여개의 기능을 쓰고 있다”며 “텍스트 묘사만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어도비 스톡에는 이미 수백만 개의 이미지와 영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연 과정에서도 이용자가 원하는 설명에 맞춰 등대의 모양이 바뀌고 등대 밑에 해저도시를 주문하자 거대한 도시가 생겨났다.
다만 와드와니 사장은 “센세이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크리에이터 중심의 AI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무엇이 사람이 만든 이미지인지 등을 구별하고 창의성 발휘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외의 작업에서 자동화를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특정 피사체를 지우고 싶을 때도 클릭을 한 번만 하면 해당 부분이 선택되고 이를 지운 뒤 그 뒤에 배경을 자동으로 채워넣는 과정이 쉽게 이뤄지는 식이다. 고된 노동에 속하는 누끼와 색칠 작업 대신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어깨 너머 리뷰 대신 실시간 좌표 찍고 리뷰 가능
또 어도비에서 새롭게 내놓은 기능은 쉽게 많은 이들이 작업 파일을 리뷰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통할 수 있게한 ‘쉐어 포 리뷰’ 기능이다. 이 기능이 발표되자 가장 많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스캇 벨스키 어도비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마케팅팀, 소셜미디어팀, 디자인팀 등 작은 디자인 하나를 할 때도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는데 이들과 피드백을 주고 받기가 쉽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했다”며 “작업한 프리미어 파일을 통째로 공유하지 않아도 리뷰용 링크를 전송하면 각자 원하는 부분에 피드백을 달 수 있고 이에 맞춰 작업자가 파일을 수정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파일 3분20초쯤에 있는 인물 등장 부분이 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피드백을 남기면 해당 부분에 좌표가 띄워지고 이 의견을 남긴 사람의 얼굴 아이콘이 뜬다. 그러면 바로 그 지점에 들어가서 작업을 한 뒤 완료를 누르면 반영되는 형태다. 영상 편집이나 사진 보정 작업, 3D 모델링 작업까지 구글 문서처럼 쉽게 협업이 가능하게 만든 셈이다. 특히 어도비 측은 작업자의 등 뒤에서 모든 사람들이 이를 지켜보던 관행이 사라지고 원격으로도 업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리아 얍 어도비 디지털 이미징 총괄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좀 더 많은 이들이 포토샵을 비롯해 어도비의 많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며 “전문가부터 취미용도로 하는 이용자까자 다양하게 포용하며 좀 더 단순화하고 친근하도록 작업 환경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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