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국 사업의 리스크"..유럽으로 몰려가는 제약 바이오 기업들

김명지 기자 2022. 10. 1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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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약바이오 기업 192곳 참석
일본(102곳) 중국(77개), 벨기에(72곳), 스웨덴(82곳)
한국 보다 많은 곳은 독일(337곳) 미국(403곳), 영국(239곳)
"중국과 계약 취소한 기업들 큰 장 설 것"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바이오유럽 행사장 전경/EBD그룹 홈페이지 캡처

이달 24일부터 26일까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제약 바이오 파트너링 행사인 ‘바이오 유럽(BIo Europe)’에 참석하는 한국의 제약 바이오 기업이 200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나 중국 참석자를 뛰어넘는 규모인 것은 물론이고, 행사 주최국인 독일과 제약 바이오의 본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바이오유럽을 주관하는 EBD그룹(EBD Group)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 총 64개국에서 2340개 기업이 참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행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다. 참석자의 절반(48%) 가량이 최초 등록자라는 것이 주최 측 설명이다.

이날 공개된 참석자 명단을 보면 한국 국적 기업은 192곳 집계됐다. 이는 일본(102곳)과 중국(77개)은 물론, 벨기에(72곳), 스웨덴(82곳), 스위스(135개), 프랑스(138개) 보다도 많은 수치다. 한국보다 참석자가 많은 국가는 행사가 열리는 독일(337곳), 제약 바이오의 본국이라고 불리는 미국(403곳), 영국(239곳) 정도다.

참석자 명단을 보면 유한양행에서는 미국, 호주 법인인 유한USA와 유한ANZ도 참석했고, 포루투갈에 본사를 둔 SK팜테코도 따로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 본사를 둔 법인은 해당 국적으로 등록한 걸 고려하면 올해 행사에 참석한 이른바 ‘K- 제약바이오 기업’은 200곳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한국 기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SK, LG화학 등 대기업과 함께, 보령제약, 대웅제약, 종근당, 삼천당제약, 대원제약, 유유제약, 삼천당 제약 같은 전통 제약사와 성균관대, 충북대, 서울대병원, 연대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도 이름 올렸다. 이 밖에 브릿지바이오, 바이젠셀, 지아이이노베이션과 같은 중소형 바이오벤처도 대거 참석했다.

올초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에서도 코로나 봉쇄로 불참한 중국의 빈 자리를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채웠는데, 하반기 열린 바이오유럽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총출동하면서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바이오유럽이 전례없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자유롭게 통행이 가능한 올엑세스패스 가격이 1인당 2895유로 (약 408만원)까지 올랐지만 참석자 패스는 일찌감치 매진됐다고 한다.

코로나 봉쇄가 풀린 후 유럽에서 열리는 가장 큰 제약 바이오 행사인 만큼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글로벌 제약 바이오 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는 있지만, 독일의 바이엘, 프랑스의 사노피, 영국의 GSK, 스위스의 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는 모두 유럽 기업들이다. 이런 유럽의 전통 강호 빅파마의 관계자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하지만 올해 행사에 한국과 미국 일본의 기업들 참석이 두드러지는 것은 미국 바이오 우선주의에 대비하는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지난달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바이오 의약품도 자국 생산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두고 중국을 견제한 정책이라는 분석이 주로 나왔다.

중국 쪽에 의약품 위탁생산(CMO)를 했던 글로벌 대형사들이 새로운 발주처를 찾는 작업을 본격화했다는 것이다. 바이오유럽 행사와 연달아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 박람회 CPhI도 영향을 미쳤다. CPhI에서는 전세계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기업들이 총출동하는데, 바이오유럽에 참석하는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 모두 CPhI 참석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신약이 세계적 수준에서 성공하려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아야 한다”라며 “현재 중국에서 파이프라인 시험생산 CMO을 주면 미국에서 승인을 받는 것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있다”라고 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미중 갈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유럽으로 눈을 돌렸고, 그 사이를 한국 일본 기업들이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프랑크프루트에서 열리는 CPhI에 큰 장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행사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Phi에 단독부스를 내고 자사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경쟁력을 알린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CPhi를 유럽 데뷔무대로 삼았다.

하지만 중국의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이런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CDMO기업인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유럽 행사에 ‘중국’이 아닌 영국(UK) 소속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반의 바이오 투자 전문 회사인 한센제약은 미국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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