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치매 고위험군, 경도인지장애란?

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2. 10. 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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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그러니깐, 초기 치매라는 것인지요?' '나이 들면 그 정도는 다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진단을 설명할 때 가장 흔하게 받는 질문이다. 경도인지장애의 진단은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기능의 저하가 객관적인 인지기능 검사에서 동일 연령에 비해 뚜렷하게 감퇴된 상태이나,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돼 있어 아직은 치매가 아닌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치매는 아니지만 나이 들면 다 떨어지는 정도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더 떨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노인 중 약 23%가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다. 일반 노인의 경우 연간 치매 발병률이 1-2%인 경우에 반해,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경우 10-15%가 치매로 진행하기 때문에 치매고위험군으로 불린다. 그렇지만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았다고 해서 모두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10년 간 경도인지장애 환자 경과를 봤을 때, 40-70%는 치매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나 인지장애가 내과 질환, 우울증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에는 해당 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 및 개입을 통해 인지 저하까지 치료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경도인지장애는 매우 이질적(heterogenous)인 그룹이며,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치료 효과가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게 된 원인에 따라서 그 경과 또한 매우 다양하다. 인지기능 저하를 호소해 기억력 클리닉에 방문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병력 청취와, 신경심리검사, 뇌 구조적 영상검사, 아포지단백 유전자형검사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진행하는데, 그 결과에 따라 예후가 다르다. 치매로의 전환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지표는 치매관련 변이 유전자가 확인되거나, 인지기능 검사상 다른 영역에 비해서 기억력의 저하가 뚜렷한 경우다.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는 대부분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이행되는 반면, 비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향후 혈관성 치매 같은 다른 치매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에는 알츠하이머치매의 핵심 변성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 -amyloid)가 대뇌에 침착해 있는지 확인하는 뇌영상검사인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Amyloid PET)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결과는 알츠하이머치매로의 이행에 있어 대표적인 예후 인자로 사용된다. Amyloid PET에서 뇌의 베타-아밀로이드 침착이 확인됐다면, 2년 이내에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치매로 진행할 확률이 약 50%로 알려져 있다. 위와 같은 검사 결과에 따라 인지기능의 회복 또는 악화 예방을 위해 인지기능개선제가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고, 우울증이나 기타 내과적 질환의 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적극적인 예방 활동을 통해 치매로의 전환을 예방할 수도 있다. 예방 활동에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뇌혈관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규칙적인 운동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국내외 다수 연구 결과에서 지속적으로 치매의 예방에 가장 효과가 좋은 생활습관이며, 경도인지장애를 진단 받은 경우에도 운동을 유지한 군은, 운동을 하지 않은 군보다 치매로 전환되는 확률이 낮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경도인지장애 상태는 이른 시기에 발견하면 치매로의 진행을 느리게 할 수 있는 단계이며,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최근 알츠하이머치매의 신약개발도 대부분 이 경도인지장애 단계의 환자들에게 집중돼 있다. 따라서 인지기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기억력클리닉에 내원해 정밀 검진을 받고, 그 원인에 따라 전문가와 상의해 알맞은 인지기능 회복을 위한 생활습관 교정과 필요시 약물 처방을 받는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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