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유산‧자폐·비만..대기오염 위협 어디까지
대기오염이 각종 질병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뇌 건강을 악화시켜 치매 등 퇴행성 질환 위험을 높이는 한편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과 같은 중증 및 만성질환 위험성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의학자들은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적극적인 연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18일 서울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제 52회 한림국제심포지엄은 ‘기후변화와 환경의 건강영향과 대책’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여러 악영향에 대한 강연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뇌 건강이다. 이날 발표에 나선 조재림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기오염으로 발생한 초미립자는 후각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며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는 기전이 수십 년에 걸쳐 규명됐다”며 “이제는 뇌에 미치는 실질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오염이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최근 10여년간 계속해서 나왔다. 올해 초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학술대회에선 10년 동안 오염된 미립자와 이산화질소 등을 흡입했을 때 퇴행성 질환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같은 해 미국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선 오염된 공기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생성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기오염 정도에 따라 치매 발병 위험은 최대 26%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재림 교수는 “대기오염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은 가운데 최근에는 구체적인 기전을 밝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예를 들어 대기오염에 장시간 노출된 사람은 대뇌 피질(뇌를 덮고 있는 얇은 막)의 두께가 얇아지지만 그 과정과 이러한 변형이 실제 인지능력 저하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며 “대기오염이 퇴행성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 자폐, 과잉행동 영향…호흡활동 저하시켜 비만 원인 되기도
대기오염은 퇴행성 질환 외에도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강연한 누스 로셀 스페인 바르셀로나국제보건연구소 연구원은 “대기오염은 호흡기 감염, 암,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각종 질병과 이로 인한 사망에 깊은 연관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셀 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사망자 5명 중 1명은 대기오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특히 임신부가 대기오염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유산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소아청소년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셀 연구원은 “대기오염은 아이들의 초기 신경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신경발달 저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학력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보고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대기오염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증거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며 “뇌 발달의 각 단계에서 대기오염의 노출도에 따라 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는 과학자들에게 흥미로운 주제”라고 말했다.
대기오염은 심각한 질병 외에 일상 속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도 꼽힌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듀안 샤오리 중국 베이징대 에너지환경공학부 연구원은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오랫동안 노출될수록 비만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샤오리 연구원은 “2011년부터 약 10년간 중국 전역의 45세 이상 성인 1만3032명을 대상으로 연구 결과 PM2.5에 장기간 노출되면 비만을 겪을 확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극초미세먼지(PM1.0)으로 나뉜다. PM2.5는 입자의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 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 이하의 먼지를 의미한다.
샤오리 연구원은 “신체로 유입된 미세먼지가 호흡 활동을 방해하고 폐 기능을 저하시키면서 무의식적으로 운동량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기 중 오염물질이 각종 신체 기관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대한 연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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