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싸게 판 사람 나와!" "중개소 색출" 비난 퍼붓는 이웃들
급등 땐 조용하다 급매 거래 나오자 신상공개까지 요구
매도인도 반박 "매달 집 대출 이자 내줄 것도 아니면서 왜 왈가왈부하나"
“우리 아파트를 이렇게 헐값에 판 사람이 누군가요?” “이웃들 재산을 이렇게 다 깎아 먹다니.”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호가(呼價)를 대폭 내린 급매물 위주로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면서 곳곳에서 입주민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급매로 자산가치와 지역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집을 판 사람의 신상과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업소 상호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집값을 방어하기 위해 나서는 상황을 이해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지나친 이기주의이자 실효성도 없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많다.
지난달 경기 안양시 평촌동의 한 아파트 전용면적 59㎡가 이전 최고가보다 3억4000만원 내린 5억3000만원에 팔렸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해당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본인 급하다고 이기적으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게 맞느냐?” “신상 공개 현수막이라도 걸어야 함부로 헐값에 거래 못 한다”라는 비난 글이 여럿 올라왔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한 아파트 커뮤니티에도 지난 8월 “34평 헐값에 팔아버린 사람 대체 누구냐?”는 글이 올라왔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4월 19억8000만원에 팔렸는데, 7~8월엔 두 차례에 걸쳐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비난 여론이 폭주하자 해당 아파트 매도인은 직접 유튜브 영상을 통해 “나도 이렇게 폭락할 때 팔고 싶지 않았다”며 “매달 대출 이자 내줄 것도 아니면서 사유재산에 대해 왜 팔았느냐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 중엔 ‘거래절벽’도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조사 이래 최저치인 644건을 기록했고, 8월에도 675건에 그쳤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대폭 늘고, 세금을 아끼기 위해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는데,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가격을 대폭 내린 ‘급매물’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급매물을 의뢰받아 거래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업소도 입주민들의 항의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시세보다 현저히 싼 급매물을 포털 사이트에 등록했다가 항의 전화 폭탄을 맞았다”며 “매도인이 정말 급한 사정이 있어 그 가격에 내놓은 건데 중개사가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고 몰아가니 억울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급매로 처분하려는 매도인도 이웃 주민들의 눈치를 봐 포털 사이트에 호가를 노출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다”며 “이런 경우 호가는 시세에 맞춰 올려놓고, 매수 문의가 오면 실제 가격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공인중개사법은 가격 담합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특정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시세보다 비싼 값에 매물을 올리도록 강요하는 행위, 특정 부동산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이 그 대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부분의 가계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집값 급락에 불안해진 집주인들이 고육지책으로 집값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뿐더러 시장 교란 행위로 단속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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