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들여 키워도 10명 중 1명만 국민에 봉사"..대기업으로 빠지는 과학기술 인력

최정석 기자 2022. 10. 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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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4대 과기원 졸업생 중 10%만 공공 분야 취업
능률성과급제 시행 기관, 10년 전보다 절반 아래
"고급 인력 수급하려면 공적기관 처우 개선해야"
기재부는 '혁신' 명분으로 구조조정 칼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8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및 소관 연구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키운 과학기술 인재 유출이 심각해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급 인력이 민간 분야로 들어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공공 부문에서 활동해야 하는 고급 인재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은 18일 대전 유성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4대 과학기술원을 졸업한 4419명 중 공공 부문에 취업한 인력은 424명으로 9.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국가 지원을 받는 카이스트(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대 과기원 인재 중 국가기관, 정부출연 연구기관(출연연) 등 공적 영역에 취업하는 인원은 10명 중 1명도 안 된다는 뜻이다.

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과기원에 지원된 국가 예산은 5000억원을 넘었다. 여기에는 일부 학부 및 대학원생에 대한 수업료, 기숙사 이용료, 학생 경비 등 지원비가 포함된다.

1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기관 별로는 GIST 19.4%(470명 중 91명), DGIST 11.9%(278명 중 33명), KAIST 10.8%(2780명 중 300명), UNIST 4.5%(891명 중 40명) 순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하 의원은 “2022년 KAIST 학사, 석사, 박사 졸업생 중 846명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에 취업했다”며 “169명은 대학교, 109명은 정부, 91명은 공공기관에 취업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고급 과학기술 인력들이 대거 민간 기업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과 같은 금전적 처우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급 이공계 인력을 선호하는 대기업에 비하면 수준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25개 출연연 중 인당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가는 곳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4곳이 전부다.

출연연 능률성과급제를 시행하는 기관도 줄고 있다. 출연연 능률성과급제는 각 출연연이 비용 절감 등 기관 경영이 개선될 경우 직원들에 일종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다. 2012년 당시 출연연 23곳이 능률성과급제를 시행하고 있었으나 2021년에는 8개 기관만 시행 중인 상황이다.

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신설하기로 한 ‘항공우주청’을 비롯해 많은 우수 인력들이 공적인 연구개발(R&D) 영역에 배치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공적 기관의 처우를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석 과기부 1차관은 “국가 예산을 들여 키워낸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들이 공직에서 봉사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공적 영역을 선택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8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및 소관 연구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추진하며 출연연 연구자 복지와 경상비 감축 계획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국감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성남시 중원구)은 “아직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비전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기재부가) 구조조정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며 “때문에 일부 기관은 30명 감축안을 제출했다 들었는데, 연구기관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과기부가 아닌 기재부가 도맡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정문 의원(충남 천안 병)은 “60개 공공기관이 2026년까지 대략 3436억원 정도 비용을 절감하는 혁신안을 기재부에 제출했다”며 “실제 현장에서 연구하는 구성원들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제출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7월 공공기관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각 부처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과기부 소관 공공기관들도 비용 절감 계획을 제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비용 절감 계획에는 업무추진비, 일반수용비, 임차료 등 경상경비로 2910억원, 부동산 및 연구 장비 등 자산 매각으로 324억원, 청사 매각·임대로 199억원을 절감하는 등 계획이 담겼다. 기관별 개혁안에는 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공공기관 8곳에서 연구 장비와 설비를 팔아 111억6000만 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들어갔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무엇인가 개선을 해보자고 하는 관점에서 이뤄진 일이라 평가한다”며 “연구기관에 근무하시는 분들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며, 여러 측면을 검토해 합리적인 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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