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비리일까 文 정부 출신 인사 압박일까..권성동 우주정책센터 고발 발언 배경은

최정석 기자 2022. 10. 1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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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STEPI, '부실서류'에도 우주정책센터 유치 성공
권 의원 "과기부 감사 없으면 직접 검찰 고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8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및 소관 연구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우주정책센터 유치 과정에서 불거진 비위 의혹에 대해 과기정통부에 감사를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주정책 기관인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의 유치 기관을 선정하면서 부정 행위가 있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당시 유치 공모에 참여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제출한 서류를 비교해보면 항우연 측 서류가 구체적으로 쓰였는데도 평가 점수에서 STEPI쪽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당시 평가 결과는 국방, 외교, 산업을 포괄하는 우주정책을 펴기 위해 연구개발 전담 기관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됐다는 주장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강원 강릉)은 18일 대전 유성구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과 직할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우주정책센터 선정 과정에서 배점이 20~30점 수준으로 높은 항목에서 항우연은 내용을 자세히 써놓은 반면, STEPI는 아무 내용 없이 비워둔 부분도 있다”며 선정 과정에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18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 왼쪽은 STEPI, 오른쪽은 항우연이 과기부에 제출한 우주정책센터 유치기관 신청 서류인데, STEPI는 '관련 분야 국내외 네트워크' 항목을 완전히 비워둔 반면 항우연은 페이지를 전부 채웠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권 의원에 따르면 공모 과정에서 STEPI가 낸 서류는 ‘국내외 네트워크’ 항목을 공란으로 남겨둔 반면, 항우연 측 서류는 국내외 네트워크 현황과 그에 따른 실적에 대한 내용을 4쪽에 걸쳐 설명했다.

권 의원은 “네트워킹 역량 평가는 총점 100점 중 20점을 차지하는 영역”이라며 “항우연이 제출한 서류에 비해 STEPI는 분량도, 내용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권 의원에 따르면 서류 전체 분량을 비교해도 항우연은 91쪽, STEPI는 56쪽에 머문다.

항우연은 또 배점이 30점을 차지하는 발전 전략에서 ‘정책 및 사업기획 등 실적’ 항목 5개와 각 실적에 대한 세부 내용을 모두 채워넣었다. 하지만 STEPI가 낸 서류에는 실적 항목과 세부 내용 모두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TEPI는 최종 세부 평가 점수에서 항우연(83.2점)보다 많은 87.6점을 받았다. 최종 점수는 평가 위원 7명이 각각 매긴 점수에서 최저점과 최고점을 뺀 나머지 5명의 점수 평균을 내서 계산했다.

권 의원은 “평가위원 중 3명은 STEPI에 항우연보다 10점 이상 높은 점수를 줬는데 STEPI측 사주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과기정통부는 하루빨리 각 평가 위원의 세부 채점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권 의원은 또 “세부채점표 제출과 별개로 이 건은 과기정통부가 직접 감사에 나서야 한다”며 “부처가 감사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18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 항우연 측 최종 점수가 STEPI보다 낮다. 주황색으로 표시한 평가 위원들은 다른 위원들과 달리 STEPI에 항우연보다 10점 넘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당시 공고문를 보면 센터 선정은 한국연구재단 주도로 진행됐다. 적격과 부적격 여부를 묻는 서류 평가에 이어 발표 후 질의 응답을 통해 평가하는 발표평가 결과를 토대로 최종 유치 기관을 결정했다.

권 위원이 공개한 선정 결과를 살펴보면 평가 점수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최고점과 최저점을 준 심사위원을 포함해 전체 심사위원 7명 중 5명이 STEPI에 높은 점수를 주거나 동점을 줬다. 항우연이 오랜 기간 정부 우주개발 사업을 주관하면서 과학기술 정책 전반을 담당하던 STEPI보다 우주분야에 네트워킹이나 기술 분야의 발전 전략에서 더 많은 분량을 채워넣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지만 위원 중 2명만이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항우연에 높은 점수를 준 두 심사위원 역시 큰 점수 격차를 두지 않고 각각 7점과 4점을 더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와 기업 관계자들은 급격히 변화하는 우주개발 환경에 적응하고 국방, 외교, 산업 등을 포괄하는 폭넓은 우주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항우연이 우주개발에서 쌓아온 업적과 성과가 크지만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의 특성상 급격히 변화하는 우주산업의 발전 추세에 발빠르게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항우연이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구기관이라는 점, 우주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기술 개발과 정책 발굴의 전문성을 고려해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문미옥 전 과기정통부 차관이 STEPI 원장에 선임되면서 이 같은 현장의 문제의식은 희석되고 파워게임으로 상황이 변질됐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코드 인사가 기관장으로 있는 기관에 사업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당시 야권(현 여권)으로부터 제기된 것이다. 센터 선정에서 맞붙었던 항우연과 STEPI 두 기관의 경쟁 구도를 끌어내 전 정부 때리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권 의원은 실제로 “문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아이돌’과 같은 인물”이라며 “항우연보다 우주개발 분야에서 전문성, 누적 성과 모두 밀리는 STEPI가 센터 유치에 성공한 건 기관장 파워게임에서 이겼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센터 흔들기 근본적 배경에 문 원장이 있음을 공공연히 내비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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