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 "당분간 중국 투자 피해라..내년 회복도 불투명"

권유정 기자 2022. 10. 18. 17: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 지도부 정책 불확실성 확대
"제로 코로나 기조 변화 어려워"
"중국은 베타 아닌 알파 시장"

“내년 3월 시진핑 3기 지도부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너무 큽니다. 한 지도부가 세 번 연속 집권을 한다는 건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거든요. 새로운 지도부가 어떤 성향의 사람들로 구성될지도 미지수고, 정책 기조도 개혁개방 시기처럼 시장 친화적으로 갈지, 심각한 사회주의에 가까워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달 12일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가 끝나더라도 결정된 게 거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주가가 싸더라도 지금 중국 시장에 들어가는 건 리스크가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은 16일 향후 5년간 중국을 이끌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당 대회를 개막했다. 일주일간의 일정이 끝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다.

12일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권유정 기자

최 연구원은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과 더불어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손꼽히는 중국인 애널리스트다. 최 연구원은 지난 2008년 한국에 유학왔고, 2년 뒤인 2010년 한국투자증권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 중국 진출 등을 총괄하는 신사업부 소속으로 입사한 그는 2013년부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신흥국 담당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메리츠증권으로 옮겨온 건 지난해 6월이다.

그는 “중국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예나 지금이나 정책 변수”라며 “특히 지금처럼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 상황에서 정책적인 부분은 기본 이념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회복을 위해 중국이 찾아 나설 새로운 성장 모델, 제로 코로나 방역 기조 변화 여부 등이 구체화되는 과정속에서 시장은 변동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새 지도부가 방역 정책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데 제로 코로나 기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기본적으로 정부가 내세울 만한 명분도 부족하고,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개발 속도, 물가 통제 측면을 고려할 때 굳이 방역을 풀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로 코로나 기조를 바꾸기보다 이런 기조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택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이 베타 시장이라면 중국은 알파 시장이기 때문에 개별 모멘텀이 있는 산업과 종목을 선별해서 투자하는 전략은 유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수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해 수익을 낼 기회가 많은 미국 시장과 달리 중국 시장 내 지수는 박스권에 머무르며 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지수 흐름을 쫓아가기보다 성장성이 있는 산업의 선두 기업이 될 종목을 발굴하는 게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최 연구원과 일문일답.

-과거 당 대회 전후로 중국 증시 변동성이 덜했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에서도 한 지도부가 세 번 연속 집권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과거 개혁개방하고 덩샤오핑 이후로는 각 지도부가 10년, 10년, 10년씩 순서대로 해왔다. 게다가 3기 지도부가 과거 개혁 개방과 시장 친화적인 스탠스를 택할 것인지, 정말 사회주의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들 확실치가 않다. 만약 중국이 말하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쪽으로 기울면 주식시장 입장에선 정책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들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아무리 주가가 싸더라도 들어갈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두 노선 중에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높나.

“개인적으로는 분배에 초점을 둔 공동부유(共同富裕) 사상 등을 기반으로 사회주의를 강화하는 쪽이 될 것 같다. 중국 내에서는 더 이상 서구 방식의 성장 모델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결국 중국이 나름의 성장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인데, 그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경기가 너무 망가진 데다, 사람들이 살기 너무 팍팍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10년은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출 거라는 시각이 있다. 다만 정책적인 부분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확인할 것들이 많다.”

-당 대회가 끝나면 방역 정책이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혀 아니다. 중국 인민일보에서 최근 제로 코로나를 견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당대회 이후 방역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다 보니,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시그널을 정부에서 내보내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에 중국 상하이시에서 1000명에 가까운 방역 전문 계약직 인력을 채용한다고 공고를 냈는데, 계약 기간이 2년이어서 한참 이슈가 됐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지금은 공고가 내려간 상태다. 얼마 전 한 달 가량 중국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직접 현지 분위기를 보면서도 (방역이) 내년까지도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뭘까.

“일단 시기적으로 정책 강화, 완화 등 변화가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대회가 끝난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당대회는 지도부를 결정하는 회의이고 그 밑에 있는 공무원, 행정부를 구성할 사람들이 결정되는 건 내년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다. 지도부나 실무진을 구성할 인원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방향을 논하긴 어렵다. 설령 방역 관련 지침이 나오더라도 내년 3월 양회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초가 되더라도 방역을 완화하지 않을 이유는.

“방역을 완화한다고 했을 때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내세워온 공식적인 명분은 인프라가 없고, 사람이 많은 만큼 당장 방역을 완화하면 고령층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과연 3월까지 인프라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 않다. 백신 문제도 있다. 중국산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큰 효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mRNA 백신 보급이 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 과정에서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을까.

“물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해외와 달리 물가 등락이 없다. 그래서 통화 완화를 계속할 수 있는 건데, 단순히 인사가 끝났다고 제로 코로나 기조를 틀어버리면 수요가 급격하게 올라오게 된다. 수요가 올라온다면 2%대에서 유지 중인 중국 물가도 튈 여지가 있는 셈이다. 그럼 결국 경기 좋지 않은 상황에 금리 인하를 지속할 수 없게 되고, 경제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양회 이후에 격리 기간 단축이나 일부 규제가 완화될 수는 있어도 기조 자체가 바뀌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그럼 제로 코로나 기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현지에선 영원히 제로 코로나가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사실 영원히 풀지 않는다기보다는 지금 중국에선 제로 코로나 기조를 가져가면서, 이런 기조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중인 것 같다. 예를 들어 PCR 검사를 하면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거나, PCR 검사를 하면서 해외 유입을 공격적으로 통제하는 식이다. 일부는 제로 코로나를 중국의 산아 제한 등 출산 정책에 빗대기도 한다. 결국 출산 정책도 중국 인구가 너무 많기 때문에 실행하는 것이라면, 코로나도 완전히 다 없어지지 못한다면 결국 함께 사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 중국 증시의 제일 큰 변수는.

“항상 중국 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책이라고들 한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다른 나라들은 모두 국경을 개방하고 있는데, 중국만 혼자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며 걸어 잠그고 있다. 공동 부유라는 사상을 강조하며 시장에 개입하는 것도 그렇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후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탓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이런 리스크가 일부 묻혔을 뿐 중국 시장에는 항상 정책 변수가 존재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앞으로 유망할 산업은.

“장기적으로는 정보통신(IT) 쪽이 될 것 같다. 그중 하나가 시스템 분야인데 앞으로 중국 내에서도 차이나와 논(NON)차이나 구분이 뚜렷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스템 산업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또 중국에서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 디지털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IR, VR 쪽도 수혜가 기대된다. 전기차도 중국 침투율이 가장 높은 분야다. 단기적으로 주가는 조금 지지부진하겠지만 앞으로의 큰 흐름은 IT와 전기차와 같은 신기술 쪽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영 기업 투자는 어떤가.

“정부 소유 기업들은 일단 리스크가 없지만, 그만큼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생각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의미다. 자본주의 이론의 핵심은 무엇이든 시장에 맡겨서 모든 사람이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데 있다. 주식시장의 개인들 입장에선 기업의 성장성에 투자를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정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영기업의 경우 효율성이 아무래도 떨어지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성장하는 것만큼 혜택을 누리기는 어렵다. 물론 시장이 변동성을 키울 때 안정적일 수도 있어도 시장이 모두 오를 때 전혀 가슴이 뛰게 하지 않는다.”

-중국 증시가 변동성을 키우면서 외국인 투자자들 선호도가 많이 낮아지고 있다. 현지에서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는 없나.

“한국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30% 수준이다. 그런데 중국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5%, 점유율 기준으로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일단 외국인 영향력이 다른 시장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리고 정부는 일단 지수 상승을 KPI(핵심성과지표)로 보기보다 기업들이 상장해서 자본 조달하는 게 KPI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결국 지수가 폭락하거나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이상 정부에서 크게 우려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 경기 상황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U자로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했는데 L자 형태로 횡보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제로 코로나가 소비 쪽 발목을 붙잡고 있다. 중국 경기를 볼 때 크게 정부(인프라) 투자가 있고, 민간 소비가 있다. 인프라 투자는 지표가 좋게 나오고 있다. 근데 민간 투자나 소비의 경우 생각보다 세게 반등하지 않는다. 지표상으로는 작년 기저 효과 탓에 좋게 보이는 것일 뿐, 실제로는 매우 취약한 상태다. 민간은 구조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다 보니 정부가 어떻게든 견인을 해줘야 하는 상황인데 지방 재정 여력 등을 고려하면 정부 투자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딜레마를 마주하고 있다.”

-내년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까.

“내년에는 딱히 뭘 하지 않더라도 지표 자체는 좋게 나올 것 같다. 그런데 올해 수준의 대규모 락다운이 없어서 숫자가 높게 나왔다고 좋아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실질적으로 경기가 살아나서 기대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단순히 지표 숫자 게임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당장 숫자가 너무 낮으니까 누구든지 내년에는 우상향할 수 있다고 낙관하는 상황이 불안한 이유다.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 같다. 제로 코로나도 풀지 않고, 올해랑 비슷한 흐름을 가져가는 가운데 반도체 제재 등이 맞물린다고 생각하면 사업 환경이 악화하고 오히려 예상에 못 미칠 수도 있다. 원래 주식 시장에선 지표가 예상보다 튈 때보다, 떨어졌을 때 쇼크로 받아들인다.

-정부가 당초 목표한 5.5% 성장률을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했나.

“그게 사실은 과거랑 다른 점이었다. 중국 전반적으로 옛날과 패턴이 달라졌다. 항상 본인들이 연초 제시한 성장률을 지켜왔는데, 올해는 그게 깨졌고 그 명분이 생명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경제를 단기간 포기한다는 데 있었다. 하반기 정치국 회의를 보더라도 성장률 목표를 최대한 달성하려고 노력하겠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전에는 무조건 달성하겠다는 식의 표현을 썼다. 대놓고는 아니지만 사소한 표현만 보더라도 성장률 달성이라는 목표에 대한 우선순위 자체가 조금 약해졌구나라는 생각하게 된다.”

-중국에 코로나에서 가장 먼저 회복할 때만 하더라도 중국이 선두이고, 나머지 주요국이 그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지금은 다시 역행하고 있다. 한국과 비교를 하더라도 한국은 코로나를 풀어서 소비가 어느 정도 활성화되고 있는데 중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지 않나. 사실 경기는 중국이 제일 먼저 꺼지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것과 달리 다른 나라들은 하나둘 오픈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기가 꺼진다고 다른 나라도 올라오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다. 내년부터 순서가 서서히 뒤바뀌지 않을까 싶다. 당장 미국도 긴축을 확대하곤 있지만,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고 나면 기조 변화도 생기고, 경기도 회복을 할 것이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완전히 없애지 않는 이상 단기간에 다시 페이스를 되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