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경 작가의 직업정신.."하루도 일하지 않은 적 없죠" [인터뷰M]

백승훈 2022. 10. 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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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쓰며 살아온 게 20년 정도 됐다. 내 느낌으로는 하루도 일하지 않은 적이 없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작가의 하루는 글로 시작해 글로 끝난다. 정서경 작가도 그렇다. 드라마보다 영화 문법이 훨씬 익숙함에도, 오로지 직업정신을 원동력 삼아 '작은 아씨들'을 완성시켰다. "작품을 끝낸 것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장"이라고 밝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정서경 작가는 iMBC연예와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연출 김희원·극본 정서경)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김고은, 남지현, 박지후)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작은 아씨들'의 극본을 쓴 정서경 작가는 영화 '아가씨', '헤어질 결심', '독전', 드라마 '마더' 등 유수의 시상식에서 상을 휩쓴 작품들을 집필했다.

정 작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드라마를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시청자들도 잘 봐주셔서 행복하다"며 짤막한 종영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작은 아씨들'은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작은아씨들' 최종회 시청률은 최고 12.8%(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달성,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에 오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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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도 동시 공개된 '작은 아씨들'은 해외 반응도 뜨거웠다. 전 세계 OTT 플랫폼 내 콘텐츠 인기 순위를 확인할 수 있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최종회 방송 전날인 10월 8일, 대만,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서 1위에 오르며 넷플릭스 TV 부문 세계 랭킹 8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 10'이 제공하는 비영어권(Non-English) TV 부문 랭킹에서도 TOP10에 4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

정 작가에게 '작은 아씨들'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마더' 이후 4년 만에 쓴 두 번째 드라마인 '작은 아씨들'. 영화 시나리오 쓰기가 훨씬 익숙한 그에게 드라마의 문법은 여전히 난제다.

"영화는 오래 쓰다 보니 감각 같은 것을 느끼고 있지만, 드라마는 더더욱 알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12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영화를 구성하는 느낌으로 쓰였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드라마답지 않은 느낌이 드는 이유도 내가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 같다. 부족하거나 특이한 점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쓸 수 있을지 확신도 안섰다"고. "일단 무작정 시작했고, 쓰면서 과정과 결말을 만들어갔다. 그러면서 '영화와 드라마의 결과 깊이감은 얼마나 다를까', '드라마에서 잘 구현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고민하며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 회마다 안 풀리는 포인트가 있었다. 제일 힘들었던 건 3회였다. 2회까지는 이야기가 이끄는 힘으로 겨우 갔다. 영화로는 2시간까지 풀게 되던데, 드라마는 앞으로 계속 뻗어나가야 하는 동력을 찾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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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작은 아씨들'은 성공적으로 완성됐다. '작은 아씨들'을 쓰며 상상했던 장면이 눈앞에 현실로 그려졌고, "어떤 시청자들보다 재밌게 드라마를 봤다"는 그다. 정 작가는 특히 주연을 맡아준 김고은, 남지현, 박지후 세 자매들의 연기를 극찬했다.

정 작가는 "김고은은 연약함과 용맹함, 두 가지 모순된 성격이 내면에 공존하는 것이 매력적인 배우다. 굉장히 스마트하면서도, 어리석고 순진한 모습을 보이는 게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남지현과 박지후에 대해선 "남지현은 가장 드라마틱한 배우다. 대본에 없는 깊은 감정과 대사를 보여줄 때마다 감탄을 하게 된다. 박지후는 세 자매 중 가장 어리지만 극의 중심을 가장 잘 잡고 있는 배우다. 세 자매에게 소용돌이치는 태풍 속에서 박지후가 중심을 고요하게 잡는다. 정말 천생 배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 배우 모두 언제라도 또 함께 하고 싶은 배우"라고 강조했다.

악역을 맡은 원상아 역의 엄지원, 박재상 역의 엄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작가는 "엄기준은 일관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렇게 일관적인데도 한순간에 그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지게 만든다. 억지 없이 자연스럽게 연기하신 부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했고, "엄지원은 권력자의 경쾌하고 사치스러운 연기를 너무 잘해줬다. 시청자들이 엄지원의 정체를 알게 될 때 '얼마나 놀라고 재밌어할까' 기대하고, 조마조마했다. 너무 잘 표현해주셔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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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호연을 뒷받침하는 건 작가의 필력이 고스란히 담긴 대사의 말맛이다. '헤어질 결심'을 비롯해 '작은 아씨들'의 대본집 역시 판매 여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중.

정 작가는 "대사를 쓸 때 모든 대사마다 의미를 담으려 노력한다. 시청자분들이 드라마 맥락과 대사를 잘 연결 지어 생각해주셨기 때문에, 잘 다가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업정신은 정 작가가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한국인답게 직업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살아온 게 20년 정도 됐다. 내 느낌으로는 단 하루도 일하지 않은 날이 없다, 일어나면 '오늘은 뭐 쓰지' 생각한다. 일하지 않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으니까."

그는 "'작은 아씨들'을 쓰며 아쉬움이 많았다"며 "다음 작품에선 조금 더 불편하지 않고, 매끄럽게 하고 싶다. 주어진 시간 안에 12편을 쓴 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장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내년 3월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의 유력 후보로 떠오른 '헤어질 결심'의 작가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K-콘텐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작가는 "우리나라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놀라고 두려웠던 부분이, 무엇을 생각해내든 단시간에 뭐든 만들어낸다. 이렇게 좋은 퀄리티의 작품에 내용이 좋아야 할 텐데, 초보 운전자 같은 느낌이 든다. 하드웨어가 잘 갖춰져 있으니 이것에 걸맞는 좋은 작품을 쓰면 (더 훌륭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정서경 작가의 수준 높은 필력이 빛난 '작은 아씨들'은 지난 9일 12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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