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구역 아닌 제주 문섬 바다에 잠수함이? 녹색연합 "문화재청은 잠수함 운항 중단시켜야"
천연기념물인 제주 서귀포 문섬 인근 바다에서 한 잠수함 업체가 허가받은 범위 바깥을 잠수함의 ‘중간 기착지’로 사용하면서 해양 환경과 생태계를 훼손한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녹색연합은 문화재청에 업체의 잠수함 운항 규정 위반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녹색연합이 이달초 제주 서귀포 문섬, 범섬 천연보호구역 중 관광잠수함 운항 구역을 수심별로 조사한 결과, ‘중간기착지’ 인근에서 특히 많은 훼손이 발견됐다. 잠수함이 물속 깊이 드나드는 통로로 사용하는 수심 10m 구간에서는 문섬의 연산호 서식지가 잠수함 충돌로 훼손돼 있었다. 수심 15m 구간의 ‘짱구바위’ 인근에서도 잠수함 운항구역에서 암반과 산호 훼손이 집중적으로 확인됐다. 수심 20~25m 구간에서도 중간 기착지 인근에서 훼손이 드러났다. 암반이 훼손돼 있다는 것은 산호 서식지가 훼손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섬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421호로 지정돼 있는 곳이자, 천연기념물인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 서식지이다. 제주도에서 절대 보전 연안 지역으로 지정한 곳인 동시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보전 카테고리 중 ‘엄정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다. IUCN은 엄정 보호구역을 “지역 보전을 위해 인간 방문, 이용, 영향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제한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에 따르면 문섬 일대에서 잠수함을 운영하는 A업체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2007년 11월 ‘문섬 천연보호구역 내 잠수정 운항 규정’을 제정했다. 이 규정은 “자연 유산의 훼손 예방 및 안전사고 방지 등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활용”을 목적으로 하고, 돌출 암벽 부분과 접촉되지 않도록 안전거리를 유지할 것, 급격한 훼손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즉시 대책을 수립하여 제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측맵시산호를 포함한 다양한 법정보호종 해양생물도 발견됐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잠수함 운영으로 훼손된 암반 사이에서 자색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등 법정보호종이 위협받고 있었다. 수심 20m 구간에서는 큰뾰족산호, 꽃총산호 등 다양한 산호충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녹색연합은 “문섬은 단 한 번 다이빙으로 해송류 20개체를 확인할 정도의 국내 최대 서식지”라며 “해송류는 1년에 1cm 정도밖에 자라지 않아 한 번 훼손되면 자연 복원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녹색연합은 잠수함이 ‘제2 중간 기착지’로 추정되는 곳에서 머무르는 영상도 공개했다. A업체 측은 지난 6~7월 두 차례 해명을 통해 ‘제2 중간 기착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왔다. 하지만 녹색연합은 “문섬 작은한개창에서 동쪽 방향으로 약 10분 정도 다이빙한 지점에서 제2 중간 기착지에 잠수함이 안착한 후 ‘중간 기착지’로 향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이 ‘제2 중간 기착지’로 추정한 곳은 문섬 인근 바다 중 문화재위원회가 A업체의 운항 허가기간 연장 재심의를 하면서 ‘절대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 인근에 있다. ‘절대보호구역’은 한 번도 잠수 허가가 나지 않은 곳이다. 녹색연합은 “지난 6월 조사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절대보존지역의 훼손을 다수 확인했다”며 “정밀 조사가 필요한 곳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문섬은 ‘원형 유지’ 보존을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으로 문화재청이 문화재보호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문화재청은 서귀포 잠수함 운항을 중단하고, 문섬 훼손지 정밀조사와 대안 마련을 위한 투명하고 독립된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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