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빅스텝, 미국의 자이언트스텝보다 충격 크다"

박은경 2022. 10. 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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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측면에선 맞지만 환율 문제에선 달라" 의견도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우리나라의 0.5%p 금리 인상은 미국의 0.75%p 인상에 버금가는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강연'에서 한국의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이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과 같은 충격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신관. [사진=아이뉴스DB]

◆ 전문가들 "금리 무리하게 올리다간 경제 더 망가져"

다수의 전문가는 같은 의견을 내놓으며 '빅스텝' 만으로도 '자이언트스텝' 이상의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 학계에선 가계부채를 제외한 부문에선 '빅스텝' 이상의 효과를 상쇄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앞으로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선 추가 인상은 확실시됐으나 금리 인상 폭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8일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빅스텝은 미국의 자이언트스텝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0.5%p 인상은, 미국의 0.75%p 인상보다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금리 차주 비중이 높은 데다 가계부채 문제가 커서, 우리나라 정도의 신인도를 가진 나라가 미국과의 금리 차만 생각하며 금리를 올리다간 황새가 뱁새 따라가는 꼴이다"며 "가계 부채 충격이 커지면 더 망가진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빅스텝이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미국과 달리 다수의 차주가 변동금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47%, 미국은 98.9%에 이른다. 우리나라 차주들의 53%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지고, 미국은 금리가 올라도 1.1%의 차주만이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0.5%p 인상만으로도 0.75%p 이상의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3.0%로 0.5%p 인상한 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0%로 전달 대비 0.44%p 상승했다. 전달 상승 폭인 0.06%p 대비 7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경제는 미국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현재 경제 상황도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0.50%p 인상은 미국의 0.75%p 수준의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도 "우리나라는 GDP에서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보다 커서 빅스텝만으로도 충격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또한 "미국의 0.75%p라는 정량적인 효과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통화 당국이 강력한 물가안정 의지를 보인 거라는 측면에선 미국의 0.75%p 인상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 "빅스텝으로 자이언트스텝 효과 못내…금리 더 올려야"

다른 의견의 핵심 포인트는 가계 부채 문제를 제외하고 무역수지와 환율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빅스텝이 자이언트스텝 이상의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고, 달러 결제 비중은 60%에 이르는 데 반해 원화 결제 비중은 0.1%에 불과해 환율 문제에서 입장이 다르다"면서 "미국은 아무리 달러를 찍어도 부도가 안 나지만 우리나라는 부도가 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것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항상 높은 금리를 유지했던 이유인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빅스텝이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과 같은 효과를 준다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9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자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1천400원을 돌파하며 요동쳤다. 올해 들어 환율이 1천100원대에서 1천400원대로 급등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16조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양준모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측면에선 우리의 빅스텝이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과 같은 효과를 주는 건 맞는다"면서도 "가계부채 말고도 여러 가지 파급 효과를 고려해야 하는데 하나가 그중 하나가 환율 문제"라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외국인이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차만 보고 빠져나가진 않는다"며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물가를 잡고 펀더멘탈을 건전하게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인데, 아직은 물가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추가 금리 인상 확실…"최종 금리는 예측 어려워"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선 시장과 학계 모두 추가 인상을 점쳤지만, 학계에선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선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단 의견을 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빠르게 환율이 안정되거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긴축 속도 조절을 시사하지 않는 한 11월에도 연속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학계에선 현재에선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오르는지, 물가가 안정되는지 금리 인상 효과를 봐야 하기에 금리가 오를 것이지만 현재로선 연말 금리가 3.5% 이상 갈 것인지에 대해선 예견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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