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자기결정권' 교육이 소아성애·난교 조장? 비상식적 혐오 시달리는 새 보건 교육과정

성적 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 성·재생산건강권리 등의 개념을 다룬 2022 개정 보건과 교육과정 시안이 혐오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기 위한 공청회장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개정 교육과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고성을 지르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국정감사장에서 “포괄적 성교육이 소아성애·다자성애 등을 조장한다”고 말하면서 관련 단체들이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보건교사 등이 주축이 된 초등보건교육여건개선대책위와 보건교육포럼은 18일 성명을 내고 전날인 17일 보건과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말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의 사과와 국회윤리위 제소를 요구했다.
정 의원은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가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22 개정 보건과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포괄적 성교육은 청소년도 본인의 결정으로 성관계를 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동성애와 다자성애, 소아성애를 정상적인 것처럼 가르친다”며 “이 상태로라면 우리 아이들이 동성애를 즐기는 성인과 난교를 한다고 해도 학교에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니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치게 된다”고 말했다. 유기홍 교육위원장이 정 의원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현장에 있던 교육부 관계자가 “소아성애, 다자성애라는 단어를 사용한 표현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두 단체는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아이들의 성교육을 진지하게 고민해온 보건과 교육과정 시안 연구진과 보건교사들은 마치 아이들을 나쁜 길로 호도하는 변태들인 양 모욕당하고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의 언급은 2022 개정 보건과 교육과정 시안 중 ‘성과 건강’ 영역에서 다루는 일부 개념들에 대한 것이다. 이 영역에서는 성 역할(젠더)과 성인지감수성, 섹슈얼리티, 성적 자기결정권, 성평등 등의 개념을 다루는데, 지난 9월 시안이 공개된 뒤 이런 개념이 ‘남녀 이외의 성’을 의미한다며 수정해야 한다는 보수·기독교진영 등의 의견이 빗발쳤다. 지난 7일 열린 교육과정 의견수렴 공청회에서는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몰려와 확성기를 동원해 동성애를 반대한다며 고성을 지르거나 단상에 난입하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공청회에서 ‘성적 자기결정권’ 개념은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병, 성폭력 등으로부터의 보호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성·재생산권리’는 임신·출산과 그에 따른 권리 등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성인지감수성’이나 ‘섹슈얼리티’ 등은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하는 용어이며 양성평등교육법 등 현행법에서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기도 하다. ‘젠더’라는 개념도 조선시대와 현대사회의 성역할 인식차 등 ‘사회적으로 구분되는 남녀의 성역할’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이다.
두 단체는 “공청회에서도 다수를 동원한 폭력이 행사됐는데 국회 생방송에서도 일방적으로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면 국민들이 이를 진실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며 “교육자에게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신뢰 대신 의혹을 키우고 관계를 이간질 당하는 것만큼 나쁜 일은 없다”고 비판했다.
두 단체는 또 “급변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성폭력과 성매매, 성적 이용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체계적인 성교육이 시급하다”며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균형있는 성교육을 위해 교육부가 관련 쟁점에 대한 언론 공개토론을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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