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개 연구기관 국감인데 '카톡' 사태 질타에 '졸속' 현실화
18일 오전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는 시작부터 지난 토요일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날 국정감사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에 대한 긴급 현황보고로 시작했다. 이 장관은 "현재 판교 데이터센터의 전원공급이 95% 수준으로 복귀된 상황"이며 "중요한 부가통신 서비스 점검·관리 체계를 보완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관련법 개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카카오, 네이버 등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 국민에 불편을 드리게 된 것에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큰 유감"이라며 16일에 이어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민간 부가통신서비스가 관리·규제 의무에서 벗어나 있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태는 단순 민간 서비스 불편 수준을 넘어 국가 생활과 직결된 디지털 암흑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민간기업이라도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는 등의 방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간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을 위해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허은아 의원은 "민간의 영역이지만 국가 안보와 (국민) 생활에 중요한 만큼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서비스 안전에 대한 완전한 정상화, 보상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비스 불편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 분노에 대한 해명과 중간보고가 부족했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문제 원인과 대책에 대해 신속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사고 현장을 방문하며 데이터센터 서버의 물리적 분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며 "향후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법제화를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과기정통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비위 행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외부 승인 없이 연구소 기업을 설립한 데 대해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6년 문제가 된 두 곳 이외에 추가 의심 사례가 발각됐다"며 "GIST에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자정 능력이 없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 5일 GIST 기술사업화센터에서 공문서를 위조해 연구소기업을 2016년 허위등록해 정부 지원금을 타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우주정책센터 유치 과정에서의 의혹을 제기했다. 권 의원은 "'우주정책연구센터 유치기관 및 센터장 공모'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밀려 탈락했다"며 "누가봐도 기술적 전문가는 항우연"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5일 공개한 자료에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연구성과 항목 등을 공란으로 제출했음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국연구재단은 과기연 87.6점, 항우연 83.2점으로 과기연을 선정했다.
출연연의 연구비 사용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항우연은 10년간 70억원 중 연구개발 재투자에 활용한 액수는 23%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하 의원이 13일 항우연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항우연이 징수한 기술료 70억4000만원 중 연구개발재투자에 16억1000만원이 활용됐다. 반면 참여자 보상금은 36억4000만원(52%)에 달했다. 하 의원은 "과다한 기술료를 받아 인건비나 연구원 보상금에 비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비율이 낮다"고 말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 대비 2021년 연구 예산은 1조원이 늘었지만 성과 지표는 떨어졌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주52시간제 적용 뒤 출연연 42%의 핵심 성과지표 셋 중 두 가지 이상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19년 7월부터 주52시간제를 도입한 이후 '특허등록' '논문게재' '기술이전' 등 성과지표 3개 중 2개 이상 악화한 출연연이 10곳(41.75%)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은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감이 이뤄져야 했지만 참석한 대부분 의원이 지난 15일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원래도 6시간 동안 53개 연구기관 국감이라는 빠듯한 일정에 카카오 사태가 더해지며 주요 현안을 제대로 다룰 시간이 부족해 졸속 국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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