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배합기 가리고 작업 지속..SPC 겨냥 '소비자 분노해야' 반응 쏟아져

김동환 2022. 10. 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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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합기 9대 중 안전장치 없는 7대 제외하고 작업 지속..이후 9대 모두 중지
화섬식품노조 관계자들, 라디오에서 "회사가 노동자를 기계로 본다" 등 비판
SPC, 지난 17일 허영인 회장 명의 사과문 "고귀한 생명 희생에 참담.. 대단히 죄송"
경기 평택시 소재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최근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후 공장 측이 사고 현장을 흰 천으로 가린 채 작업을 계속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일부 기계에만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는 게 작업 지속의 이유로 알려졌는데,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노동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듯 SPC 제품을 겨냥해 ‘피 묻은 빵’이라는 다소 섬뜩한 표현이 등장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제공
 
경기 평택시 소재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최근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후 공장 측이 사고 현장을 흰 천으로 가린 채 작업을 계속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일부 기계에만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는 게 작업 지속의 이유로 알려졌는데,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노동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듯 SPC 제품을 겨냥해 ‘피 묻은 빵’이라는 다소 섬뜩한 표현이 등장했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6시20분쯤 평택에 있는 SPL 사업장의 제빵공장에서 근로자 A(23)씨가 냉장 샌드위치 소스를 혼합하는 기계에 몸이 끼어 숨졌다. 현장에는 다른 직원 1명이 더 있었으나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경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며, 고용노동부는 사고 후 작업 중지를 명령하고 사업장 측의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지난 7일에도 같은 공장에서 손 끼임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등에서는 A씨 사망 다음날에도 공장 측이 사고 배합기를 흰 천으로 가린 채 다른 기계로 공정을 재개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일부에서는 SPC 제품을 겨냥해 ‘피 묻은 빵’이라거나 ‘소비자가 분노해야 한다’ 등의 글도 나왔다. 사측은 고용노동부가 기계 9대 중 안전장치가 없는 7대만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는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재해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없는 혼합기 7대 사용 작업을 중지시켰던 고용노동부는 이후 동종 재해 예방을 위해 인터록이 있는 나머지 혼합기 2대에도 추가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경기 평택시 소재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작업 중 숨진 20대 근로자 A씨를 위한 추모제가 17일 열리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강규형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뚜껑을 닫고 (재료를) 배합한다고 생각하는데 한 데 재료를 넣으면 잘 섞이지 않으니, 돌아가면서 조금씩 재료를 부으며 섞는다”며 배합기 뚜껑이 열려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순 화섬식품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노동자들에 의하면 그걸(안전장치) 닫아놓고 섞는 공정이 평상시에 이뤄질 수 없는 공정”이라고 말했다.

강 지회장은 아울러 배합기를 가린 채 작업 중인 직원 사진 등과 관련해 “혹시나 해서 방문해봤더니 진짜 작업을 하고 있더라”며 “그때는 참 어이가 없었고, 회사도 물건을 납품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날 하루 쉰다고 해서 납품 받는 업체들이 그 일 때문에 쉬었다고 뭐라고 하겠느냐”고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노동자를 그냥 기계로 보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도 감정이 있는데, 그 옆에서 그걸 보며 일을 시킨다는 자체가 모든 걸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SPC는 지난 17일 허영인 회장 명의의 사과문에서 “저희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매우 참담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이어 “회사는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유가족 분들의 눈물을 닦아 드리고, 슬픔을 딛고 일어서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작업환경 개선,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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