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장관, 데이터센터 화재에 "유감이다" 했다가 국감서 질책[국감 2022]
경기 성남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먼저 “유감이다”라고 말했다가 질책을 받은 뒤 “국민께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 사안이 발생했는데도 주무 장관으로서 충분히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의원들 지적을 받은 데 따른 태도 변화다.
이 장관은 18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와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이 장관은 “이번 화재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가통신 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일상의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 활동이 마비되는 만큼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과기정통부는 행정안정부, 방송통신위원회,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재난 대책 본부를 구성해 총력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카오톡, 카카오T 등 카카오 서비스의 주요 기능이 정상화됐고, 나머지 기능도 신속히 복구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장관이 큰 국민 불편을 초래한 이번 화재와 관련해 내놓은 입장 표명 수위에서 불거졌다. 이 장관은 “카카오 등 서비스 장애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큰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서비스 복구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이 끝나자 정청래 국회 과방위원장이 ‘유감’이라는 발언을 즉시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큰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게 사과의 전부냐”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주무 장관으로서 깊이 사과한다고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오늘은 국민들이 보고 있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있는 만큼 정식으로, 공식적으로 국민들께 사과할 수 있는 자리”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이 장관은 “국민들께서 큰 불편을 겪으셨다”며 “주무 장관으로서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 발언을 한 뒤 국감장에서 직접 허리도 숙였다. 이 장관은 지난 16일 판교 SK C&C 데이터센터를 찾은 자리에서도 먼저 유감을 표했다가, 나중에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이날 국감에선 데이터 센터 한 군데가 망가졌다고 국민 대부분의 삶이 지장 받는 이번 같은 일이 재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여야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앞으로는 다른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중망이 아니라 ‘이원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목적의 통신망을 한 개 회사가 독점하는 게 아니라 두 개 이상의 회사가 분산해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정 위원장은 “조선왕조실록은 네 군데에 분산해서 보관했다”며 “이번 일을 보면 선조들의 지혜가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번 데이터 센터 화재와 관련해 “서버 분산이 안 돼 있는 상황이었다”며 “주무 장관으로서 이런 일이 다시는 있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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