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기획-부동산 10년 주기설②]영끌족, '하우스푸어 사태 재현' 우려

고가혜 2022. 10.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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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한국은행, 기준금리 3%로…2012년 이후 10년만
노도강·GTX 호재지역 위주로 집값 하락세 가속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상황 더 안좋을 수도"
"서울 아직 공급부족, 정비사업따라 집값 상승"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진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들. 2022.10.1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 30대 미혼남성 A씨는 내 집 마련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 초 직장대출 등 모든 대출을 끌어모아 경기 화성 소재 아파트 한 채를 샀다. 그러나 이후 계속된 금리인상으로 대출 이자가 치솟으면서 한 달 월급을 그대로 은행에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A씨는 "매달 이자를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것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2년 전 신혼부부 특공을 받아 최근 인천의 한 신축단지에 입주한 30대 여성 B씨는 "고금리로 영끌 대출을 받아 어찌저찌 잔금은 치렀지만 매달 그 큰 이자를 다 갚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영끌을 했다가 못 버텨서 급매나 경매로 집이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던데 그게 내가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로 접어들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내 8%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해 집값 급등기 당시 대출을 최대한 끌어 내집을 마련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 매수자들의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라인 등 영끌매수가 몰렸던 일부 지역에서 특히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0년 전 '하우스 푸어'(House Poor) 사태가 다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2일 치솟는 물가를 저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3.0%로, 0.5%p(포인트) 인상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3%대가 된 것은 지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게다가 4월, 5월, 7월, 8월에 이은 5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도 처음이다.

노도강·GTX 호재지역 수억원대 하락거래 속출

계속된 금리인상으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단지에서는 지난 2년간 급격하게 올랐던 집값 상승분을 다시 반납하고 있다. 이 단지들에서는 초반 급매로 나왔던 가격이 시세로 굳어지면서 수억원대의 하락거래가 계속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서울 도봉구 창동주공4단지(1710가구) 전용 36㎡는 3억5000만원(4층)에 매매거래됐다. 지난해 9월 기록한 최고가 6억원(6층)에 비해 2억5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또 노원구 월계동 한진한화그랑빌 전용 84㎡ 는 지난 7월 8억5500만원(14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집값 급등 직전인 2020년 12월(8억4500만원) 가격 수준과 비슷했다.

GTX 호재로 집값이 올랐던 경기 화성 동탄, 의왕, 인천 송도 등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경기 화성시 산척동 '동탄더샵레이크에듀타운'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9월만 해도 12억1700만원(24층)까지 값이 치솟았으나 지난달 8억원(3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센트럴자이도 전용 84㎡가 지난해 8월 13억원(6층)까지 올랐으나 지난 7월 9억2000만원(14층)으로 떨어졌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9일 오전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급매' 가격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2.10.09. scchoo@newsis.com

2012년 하우스푸어 당시 이후 최대 집값 하락폭

이에 일각에서는 2012년의 하우스푸어 사태가 10년 만에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침체기의 최정점은 바로 2012년이었다.

당시에는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5∼6%대로 치솟으면서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한 급여 생활자가 이자를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자 집값 하락세는 한층 더 가팔라졌고, 무리한 대출과 세금 부담으로 실질적 소득이 줄어든 '하우스푸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금융당국은 이듬해인 2013년 하우스푸어 구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의 집값 하락세는 2012년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 내렸고, 수도권도 0.28% 하락했다. 전국·수도권 모두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전문가들 "똑같은 양상 아니지만, 과거보다 상황 더 안 좋을 수도"

전문가들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현재의 부동산 시장 양상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다만 시장 냉각 속도가 워낙 빨라 당시보다 부동산 시장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미분양은 보통 5만 가구가 넘어가면 불황의 잣대로 보는데 2008년 말에는 16만 가구에 육박했던 반면 현재는 3만1000가구 수준으로 그렇게까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어음부도율이나 연체율도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하지만 체감으로 볼 때는 빙하기로 접어들 정도로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이는 집값 하락기 초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봐야 한다"며 "2008년 10월 기준금리는 5.25%였다가 2009년 2%대로 뚝 떨어지면서 가을께 집 경기가 약간 살아났었다. 그러나 이후 2012년까지 다시 떨어지면서 하우스푸어 사태가 일어났다. 그런데 지금은 금리가 인상국면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정상화 및 주택공급 확대시기에 맞춰 떨어졌던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금리가 정상화되면 수급에 의해 가격이 다시 결정될 텐데 현재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노도강 일대도 정비사업이 끝나고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강남을 따라) 집값이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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