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벼락치기' 국감..6시간 일정에 53개 기관 배정한 과방위
국감 이후 요구사항 처리 건수도 계속 줄어
기초과학 인력 수급, 항공우주 등 현안 즐비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 국정감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졸속 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 기관과 직할 기관 53곳에 대한 국감 일정이 하루에 몰려있어 주요 현안이 깊이 있게 다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학계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정부출연 연구기관 25곳과 과기정통부 소속 직할기관 28곳에 대한 국감이 18일 열린다. 과방위는 이달 4일부터 24일까지 83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이 중 60% 넘는 기관 국감이 하루 만에 ‘벼락치기’ 식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18일 하루를 온전히 국감에 쓰는 것도 아니다. 이날 국감은 오전 10시에 시작하는데, 오후 4시까지 과방위 위원들은 대전 내 연구현장 견학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떠야 한다. 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국감을 일찍 마무리하는 것에 더해 점심시간으로 빠지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국감은 5시간도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코로나19 델타 변이 유행으로 하루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과방위는 대면 접촉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53개 기관 국감 일정을 하루에 몰아서 진행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까지는 53개 기관을 둘로 나눠 국감을 이틀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국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피감 기관의 요구사항 처리 건수도 감소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에 과방위는 국감에서 지적받은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 중 854건을 처리했다. 이 수치는 2020년 605개, 2021년 596개를 기록하며 계속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현재 과방위가 담당하는 산하기관에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국내 과학계는 현재 저출산 심화와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로 인재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과학 인력 양성과 함께 해외에서 과학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와 교육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차가 있고 각자 따로 움직이고 있어 정책 혼선과 중복, 누락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임무지향형 과학기술 혁신 추진체계 마련, 전문연구요원제도 개선 등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화가 시급한 정책들이 해결책을 못찾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점으로 탄력을 받아야 할 항공우주 관련 정책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짚어봐야 할 상황이다. 미국, 유럽 등 우주개발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항공우주 분야를 전담하는 조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항공우주청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정작 정부 조직 개편안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지난 4일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가 관련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대응방안은 정해진 게 없다.
한국천문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항공우주는 백년 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그만큼 독립된 기관을 확보해 결정권과 예산을 집중시키는 게 필요한데, 한창 드라이브가 걸려야 할 타이밍에 별다른 논의 없이 졸속으로 넘어가려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과방위 국감도 이전처럼 방송·통신 분야 이슈에 많은 시간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달 15일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입주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판교캠퍼스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가 주말 내내 먹통이 되면서 해당 기업들이 ‘핵심 타깃’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날 과방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김범수 카카오 의장, 최태원 SK 회장 등 관련자 6명에 대한 국감 출석 요구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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