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로 긴장 고조 속 교도소 화재 사망자 8명으로 늘어(종합)

이서영 기자 2022. 10. 1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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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반정부시위자 억압하는 이란 당국 성명 믿을 수 없어
1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2022.10.15/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이란 에빈 교도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감자 8명이 숨진 가운데, 이란 당국은 죄수들 간의 폭동으로 화재가 일어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인권단체들은 이같은 발표를 부정하며 향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사법당국의 웹사이트인 미잔 온라인은 이날 화재로 부상한 수감자 4명이 병원으로 이송된 후 사망했고 전날 연기를 흡입해 4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 된 영상에는 교도소 내에서 화재가 난 후 총성과 폭발음이 내부에서 들렸다. 관영 매체들은 화염으로 인해 어두워진 교도소 내부 이미지를 일부만 방송했다.

이란 당국은 '폭력배들'이 교도소 복장 창고에 불을 질렀고 폭력을 진압하기 위해 개입한 수감자들과 교도관들 간의 충돌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장은 "이번 화재는 적과 연관된 몇몇 요소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단체(IHR)는 이슬람 공화국이 그간 사실을 은폐해 온 과거 전례를 꼬집으며 "시위와 무관한 비정치적인 수감자들 간의 충돌이라는 공식 성명을 거절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한 '시위'는 이란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사흘만에 의문사 한 22세 마흐사 아미니로 인해 촉발된 '히잡 반대시위' 등을 말한 것으로 읽힌다.

인권단체는 "에빈 교도소에서 살해된 사람들의 수는 아마도 공식 집계보다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영TV는 지난 16일 교도소에서 4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한 뒤 불과 몇 분 만에 4명으로 정정해 보도했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이란 대사관 앞에서 한 활동가가 러시아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촛불을 켜고 있다. 이날 키이우를 공격하는 데 사용된 무인항공기(UAV) 샤헤드-136은 이란제로 알려졌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일각에서는 교도소 화재가 아미니로 인해 촉발된 '반정부시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몇 주 간 체포된 시위대 수백 명이 에빈 교도소로 보내진 탓이다. 범죄자부터 정치범,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수천 명이 기존 수감자들과 함께 수용됐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운동가인 호세인 로나기는 지난 달부터 에빈 교도소에 구금돼 있다. 그의 형 하산은 트위터에 "동생은 어머니에게 전화 통화 당시 말을 거의 못했고 몇 마디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고 전했다.

그의 가족은 호세인이 구금돼 있는 동안 학대를 받았고 두 다리가 골절됐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시위 진압 과정에서 체포된 활동가인 마지드 타바콜리의 부인도 화재 이후 남편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란의 저명한 변호사로 알려진 사에드 데가는 체포된 사람들을 변호하기 위해 일해온 19명의 변호사들도 구금된 상태라고 알리기도 했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이날 도덕경찰, 정보장관 에이사 자레푸어, 혁명수비대 사이버 부서 등에 대한 비자 금지와 자산 동결 등 새로운 제재안을 승인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는 이미 이란의 권리 침해 관련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란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얀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국제사회의) 제재가 지나치다"며 "폭동과 반달리즘은 어디에서도 용납되지 않고, 이란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7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이란에서 히잡을 미착용했다는 이유로 의문사한 여성 마흐사 아미니(22)를 지지하는 여성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2022.10.07/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한편 교도소에서의 화제는 아미니가 체포된 뒤 사망한 지 한 달만에 발생했다. 이미 이란에서 시위의 물결은 주요 반정부시위 움직임으로 바뀌었는데 이란 당국은 1979년 샤 축출 이후 이란 성직자 지도부에 대한 가장 큰 도전으로 보고 있다.

IHR이 발표한 최신 통계에 의하면 시스탄발루체스탄주 자헤단에서는 아미니 시위 진압으로 최소 122명이 사망했으며 93명이 추가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어린이 27명도 포함돼 있다.

국제엠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IHR 등 40여개 인권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이 전국적인 시위를 무자비하기 진압하기 위해 잘 훈련된 인력과 탄압기구 등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이날 이란 보안군의 심각한 위반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성명에서 "많은 가족들은 아이를 잃었음에도 아이가 자살한 것이라고 선언하고 보안군을 용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현 상황을 드러냈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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