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씨들' 작가 "박찬욱 감독도 재밌다고, 챙겨보시더라"[EN:인터뷰①]

박수인 입력 2022. 10.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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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수인 기자]

정서경 작가가 '작은 아씨들' 대본 집필 비하인드를 밝혔다.

정서경 작가는 10월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tvN '작은 아씨들'(극본 정서경/연출 김희원) 종영 인터뷰에서 집필 과정과 함께 박찬욱 감독, 시청자 반응 등을 전했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맞서는 이야기. 거대한 사건에 휩쓸린 이들 자매가 '돈'이라는 인생의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영화 '아가씨', '헤어질 결심', tvN 드라마 '마더' 등으로 세계적 필력을 인정받은 정서경 작가는 원작이 없는 12부작 드라마 대본을 집필한 것에 대해 "'마더'는 원작이 있어서 큰 흐름을 갖고 있었다. 12부작을 시작하면서 '한 사람이 열 두 개의 이야기를 담고 시작할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쓰면서 만들어갔던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점은 이야기 길이인 것 같다. 2시간짜리와 12시간짜리가 얼마나 다를까, 깊이감은 얼마나 다를까, 드라마에서 구현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드라마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썼다. 12개 짜리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처음 중간 끝을 쓸 수 있을까 했다. 일단 1부를 썼는데 재미있더라. 쓰면서 이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전체 아웃라인은 5, 6부에서 희미하게 잡았다. 제작진이 다음에는 어떻게 되냐고 물어봐야하는 고충이 있었다"며 시나리오가 없는 대폰 집필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저는 영화 문법을 잘 알지 못 한다. (영화 시나리오를) 오래 쓰다보니까 감각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드라마는 더 더욱 알지 못 한다. 길이가 길다는 것만 알고 시작했다. '작은 아씨들'은 조금은 영화 문법으로 쓰여진 이야기인 것 같다. 2시간짜리로 썼다가 1시간으로 축약한 느낌이다. 속도감은 늘어가고 개연성은 희미해진 느낌이다. 하나의 영화를 구성하는 느낌으로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쓰는 감각으로 드라마를 쓰게 됐다. 드라마적이지 않은 느낌도 올 것 같고 부족하거나 특이한 것 같은 느낌도 들 것 같다"며 "'작은 아씨들'을 쓸 때는 12개 이야기를 어엿한 드라마인 것처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던 것들을 , 다음 작품에서는 불편하지 않게 매끄럽지 않게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은 잘 끝낸 것이 이루말할 수 없는 성장으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매회마다 안 풀린 포인트들이 있었다"는 정서경 작가는 "제일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3회였다. 2회까지는 시작하는 힘으로 왔고 저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라서 2시간까지는 어떻게든 풀게 된다. 그런데 3회 오니까 어떻게 뻗어나가야 할 것인지 동력을 찾기 힘들었다. 그때 인물 내면으로 들어가서 바닥을 치고 시작하게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인주가 마음 속에 감춰져 있던 죽은 동생을 찾아내고 가난이라는 공포의 기억으로 돈에 대해 달려갈 수 있는 동력을 찾았다. 잘 안 풀릴 때마다 인물에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면서 풀어가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을 함께 한 박찬욱 감독의 반응은 어땠을까. 정서경 작가는 "감독님과 제가 서로 대본을 보여주는 사이가 아닌데 '헤어질 결심' 현장에서 굳이 대본을 보내달라고 하더라. 6-8회 사이 대본을 보내드렸는데 너무 재밌다고 하셨다. 토론토에서도 뵀는데 바쁜 와중에도 드라마가 공개된 당일 혹은 다음 날 챙겨보고 계시더라. 몹시 재밌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답했다.

류성희 미술감독과 드라마에서 작업한 소감으로는 "'작은 아씨들'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가야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이 부분의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미술의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류성희) 감독님께 절박하게 맡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처음 편집본을 봤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시청자 분들이 미술을 보기 위해 드라마를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대본이 미술에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앞서 정서경 작가는 '작은 아씨들'을 통해 돈에 대한 욕망이 어디에서 왔는지, 돈이 영혼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묻고 싶었다고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 작가는 "애초에 작품을 처음 시작할 때 '가난한 세자매에게 큰 돈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작은 아씨들'에서는 돈의 의미가 계속 변한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이었다가 가족 의미를 띄었다가 자기 목숨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회적인 의미로 변해갔다가 결말에는 마치 처음으로 돌아간 것처럼 그려진다. 세 자매에게 큰 돈을 주면서 이 돈을 얻어가게 되는 결말이라면 어디서 왔는지, 기원을 보여주자 생각했다. 베트남전에서부터 시작 돼서 지금까지 흘러들어온 것처럼 묘사했다. 처음에는 이 돈이 무엇인지 몰랐고 끝에는 돈의 의미가 달라졌을 거다. 결말에 세 자매가 돈을 받았을 때는 더 많은 부를 얻는 의미의 돈이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많은 돈이 주어진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변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면서 써봤다"고 말했다.

결말에서 세 자매 돈의 사용처를 그리지 않았던 이유로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어떻게 쓸지 가장 안 궁금해하는 사람 중 하나인 것 같다.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에 넣어봤다. 돈에 대해 생각하거나 묻거나 대답할 때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는 장치로써 그렇게 썼다. 오인혜(박지후 분)가 돈을 나눠주는 게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가장 어린 친구들에게 돈이 갔을 때 돈의 의미를 알지 못하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끝에 있는 돈을 넘겨서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인혜, (박)효린(전채은 분)에게 가장 큰 희망을 걸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오인혜, 박효린의 관계성을 통해 악의 대물림을 끊는다는 설정에 대해서는 "이 드라마가 세대별로 구분이 많이 돼있다. 원기선(이도엽 분) 장군, 원상아(엄지원 분)-박재상(엄기준 분), 세 자매로 세대가 구분돼 있고 세 자매도 30대, 20대, 10대로 구성돼 있다. 인주(김고은 분)와 인경(남지현 분)은 윗세대에서 쌓아온 악, 부패 고리들을 목격하고 세상에 드러내고 끊어내려는 인물이다. 상대적으로 인혜, 효린은 그것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채 무게감없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어린 친구들에게 가장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는 의도를 짚었다.

베트남 측이 '작은 아씨들' 월남전 왜곡을 주장해 현지 넷플릭스에서의 드라마가 중단된 것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밝혔다. 정 작가는 "얼만큼 더 자세히 설명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돈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베트남 전쟁을 생각했다. 외화의 도입과 함께 경제 부흥을 시작한 시점이기도 해서 그렇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 맥락에서 다루다 보니까 현지 관점에 대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 건 사실이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루거나 정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현지 반응에 대해 크게 예상하지 못했다. 듣고 보니까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글로벌 시장에서 집필하면서 반응에 대해 세심하게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푸른 난초'가 욕망의 매개체가 된 이유도 밝혔다. 정서경 작가는 "푸른 난초는 우연히 생각하게 됐다. 작품을 쓸 때 현실적인 부분, 조금 환상적인 부분, 진짜 환상적인 부분이 골고루 들어가야 재밌다고 느껴지는데 황당하게 이끄는 소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난초협회였다. 왕따인 두 직원이 국제난초협회에서 만나게 된다. 푸른 난초를 한 번 넣고 나니 숙제처럼 떨어졌다. 이걸 어떻게 풀어갈까 하다가 화영(추자현 분)이 죽은 현장에 떨어뜨리고 모든 살인현장에 떨어뜨렸다"며 "'셜록홈즈' 등 추리소설에서 좋아했던 전개였다. 이걸 끝까지 밀고나가보자 했다. 푸른 난초가 돈과 권력을 상징하는 욕망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까 해서 점점 커져나갔고 결국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란회라는 조직을 만들고 언론과 유대관계에 집중한 배경으로는 "한국 현대사를 읽으면서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역사가 단순하게 기술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하루하루 뉴스를 보면서 사건들을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그것들을 모아서 음모론적인 가상의 조직을 생각해봤다. 현대사를 설명할 수도 있다는 상상이 가능하도록 꾸며보고 싶었다. 모두 엮기 위해서는 사건이 된다기 보다는 리포트 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봤고 기자가 끈질기게 추적하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장 뿌듯하게 한 피드백으로는 '미친 드라마'라는 반응이었다고. 속도감 있게 해보고 싶었다는 정서경 작가는 "12회를 걷는것도 아니고 뛰는것도 아니고 날아가는 것처럼 해볼 수 없을까 했다. 급발진해서 목이 뒤로 꺾이는 느낌으로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개연성이 희생될때도 있고 인물의 감정이 따라갈 수 없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시청자 분들이 속도에 맞춰 달려와주셨다. 미친 것 같은 속도의 드라마, 미친 드라마라는 반응이 좋았다. 제가 정상적인 대본을 쓴다고 믿지 않기 때문에 스튜디오드래곤 사람들을 믿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도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중간중간 자신이 없었는데, 미친 작품이지만 시청자 분들이 즐기고 함께 해주셔서 '미친 드라마'라는 댓글이 감사하고 기뻤다"고 시청자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가난에 대한 불호 반응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다. 제가 만약 좀 더 노련한 작가였다면 불호를 좀 더 세심하게 살펴서 썼을 것 같은데 반응을 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세심하게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댓글을 많이 보는 이유는 시나리오를 쓸 때 인물을 많이 운영하다 보니까 각각의 관점에서 보기는 하지만 시청자 반응은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다. 다음 작품을 잘 쓰기 위해서 댓글을 본다. 놓친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다음 작품을 쓸 때는 그 시청자를 기억하고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댓글을 보려고 한다"며 호불호 반을 놓치지 않고 확인하는 이유를 전했다.

특히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 화영(추자현 분)의 생존 단서, 해석 등에 대한 분석글에 쏟아진 것에 대해서는 "화영의 생존 문제에 대해서도 제작진과 시청자 반응이 달랐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은 화영이 죽은 걸로 믿을 것'이라 생각했고 저는 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8부까지 왔을 때는 시청자들이 믿을 거라고 봤다. 그런데 시청자 분들이 교통사고 장면을 나노단위로 끊어서 분석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화영이 살아있어야 된다고 느꼈기 때문에, 시작을 함께 하신 분이라면 화영이 11부에 돌아왔을 때 안도감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11.1%(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로 종영한 시청률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정서경 작가는 "첫회부터 시청률이 너무 잘 나와서 감사하고 놀라운 마음으로 지켜봤다. '마더'의 3~5% 시청률이 저한테 제일 잘 맞는 시청률이라 생각했다. 이번에는 5~7%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김희원 감독님과 일하게 되면서 그렇게 되면 실패한 시청률이라 생각해서 한 단계 높은 목표를 가졌다. 시청률은 너무 감사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매주 떨렸다"고 전했다. (사진=tvN 제공)

(인터뷰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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