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참다 죽은 사람도"..참으면 안 되는 이유
소변을 오래 참다 숨진 사람도 있다. 16세기 덴마크의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는 귀족이 베푼 만찬에서 와인을 많이 마신 뒤, 예의를 차리기 위해 소변을 오랜 시간 참고 귀가한 뒤 요독증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망원경이 생기기 전, 자신의 눈과 항해용 도구로 별을 매우 정밀하게 관찰해 초신성 등 새 별 1000개 이상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소변을 무턱대고 참다가 다양한 요로 감염, 소변이 새는 요실금이 나타날 수 있다. 소변을 보고 싶은 충동(배뇨 충동)을 무작정 억누르면 안 되는 이유다. 미국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건강 포털 '더헬시(thehealthy)'의 자료를 토대로 '소변을 참으면 안되는 이유'를 짚어본다.
◇ 방광의 놀라운 팽창 기능
소변 600~900cc면 방광이 꽉 찬다. 방광은 매우 유연한 기관이다. 평소엔 너비가 약 5cm(2인치)에 그치지만 음료를 많이 마시면 3배로 늘어난다. 방광이 자몽 크기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해서, 소변을 마냥 참아도 되는 건 아니다. 미국 웨일 코넬 의대 마이클 잉버 조교수(비뇨기과·여성골반의학)는 "소변을 참아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방광을 한계 상황으로 너무 몰아붙이면 심각한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광은 두 개의 요관으로 신장과 연결돼 있다. 신장은 혈액에서 노폐물을 걸러내고 남은 것을 방광으로 보낸다. 노폐물은 방광에서 요도(오줌길)를 통해 소변으로 나온다. 방광과 요도 사이에는 내부 괄약근(밸브)이 있어 소변이 새거나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 뇌가 소변을 보라는 신호를 보내면 괄약근이 열리고 소변을 배출한다. 통상 방광의 4분의 1~3분의 1이 차면, 두뇌는 소변 충동을 일으킨다. 콜로라도대 의대 암센터 오스틴 드로사 박사(비뇨기과·로봇수술)는 "방광에 소변이 약 600cc 찼다면 긴급 상황이므로 당장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소변을 보는 것은 일종의 자발적인 운동 반응이므로 훈련하면 조절할 수 있다.
◇ 바람직한 소변의 횟수는?
소변을 언제까지 참아야 할까? 드로사 박사는 화장실에 얼마나 자주 가야 하는지는 개인의 생리와 수분 섭취량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약 6~10회 소변을 볼 수 있으며 매일 변할 수 있다. 건강하고 수분을 적절히 섭취하는 사람들은 통상 2~4시간마다 소변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잉버 조교수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의 경우 10시간 안팎으로 소변을 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네스북에 의하면 한 번에 본 소변량의 세계 기록은 무려 22리터나 된다. 기록을 세운 그 남성은 콩팥이 지나치게 커져 있었고 치료를 받은 뒤 정상으로 회복됐다.
드로사 박사는 "엄격한 정의는 없지만, 하루에 최소 5회 소변을 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변을 자주 보지 않으면 탈수로 물을 더 많이 마셔야 한다. 2시간에 한 번 이상 소변을 자주 보거나 밤에 자다가 소변을 보기 위해 두 번 이상 깨야 한다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소변을 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든 상태다.
반면 소변을 보고 싶어도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이들도 있다. 과민성 방광, 전립샘 비대증, 간질성 방광염, 요로 감염 등이 있는 사람들이다. 근이영양증, 다발성경화증, 알츠하이머병, 루푸스병, 일부 암, 당뇨병 환자 등도 이에 포함된다. 특히 과민성 방광은 성인의 약 20%에 영향을 미치며 여성들에게 매우 많다. 1~2시간마다 소변을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 소변을 억지로 참으면 생기는 일들
1.요실금
오줌을 참을 때 발생하는 주요 부작용 가운데 하나는 요실금이다. 방광의 자연적인 반사 작용이 저절로 일어나 요실금 증상이 나타난다. 찔끔거릴 수도 있고 속옷을 몽땅 적실 수도 있다.
2.방광 쇠약
방광은 근육의 일종이며, 따라서 과잉 팽창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근육이 너무 많이 늘어나면 방광이 약해져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3.고통스러운 경련
방광 근육은 다른 근육처럼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종아리 경련보다는 훨씬 더 불편할 수 있다. 방광에 경련이 일어나면 통증, 불편감, 요실금이 생길 수 있다.
4.요로 감염
소변을 자주 보지 않으면 박테리아가 내부에 더 오래 머물고 성장할 수 있다. 요도, 방광, 요관, 콩팥 등 요로가 감염될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임신 중에 소변을 오래 참으면 요로 감염의 우려가 크다. 임신 초기에는 호르몬 변화, 임신 후기에는 방광 압력으로 소변이 많이 생길 수 있다.
5.소변을 보고 싶은 욕구의 상실
방광의 소변 신호를 너무 자주 무시하면 신호 자체를 인식하는 능력을 잃을 수 있다. 소변을 꼭 봐야 할 때와 그럴 필요가 없을 때를 가리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강박증 환자처럼 걸핏 하면 화장실 문을 여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6.소변을 보고 싶은 욕구의 지속
반대로 방광을 지속적으로 가득 차게 하면, 화장실을 계속 사용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방광의 신경이 손상돼 교정 수술을 받아야 한다.
소변을 참다 1601년 숨진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의 시신을 2001년에 발굴한 고고학자들은 그가 비만, 당뇨병과 무리한 삶의 방식 등 복합적인 사유로 숨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마지막 날 요폐(방광 속 소변 정체) 현상을 보였다. 요폐는 소변을 봐야 하는데 볼 수 없는 상태다. 이 경우 방광이 자연적으로 파열될 수 있다. 둔기로 맞아 외상을 입었을 때, 자동차 사고 때도 요폐로 방광 파열이 일어날 수 있으나, 제때 응급실에 가면 카테터로 치료할 수 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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