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펀드 10조원 '재장전'.. 2000선 흔들리면 쏜다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증시 방어’를 위해 투입되는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가 이번 주 중에 재가동 준비를 마친다. 금융 당국은 증안펀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펀드 자금 투입 이전에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코스피 2000 선이 흔들리게 되면 공매도 금지와 증안펀드 투입 등의 대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1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증안펀드 조성에 참여하는 금융지주·보험사·증권사 등은 이번 주까지 회사별로 이사회 등을 열고 증안펀드 조성과 관련한 내용을 의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이 조성하는 10조원에 이미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 등 증시 유관 기관이 마련한 7600억원을 더해 총 10조7600억원의 증안펀드가 실제 투입에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증안펀드 투입이 실제로 증시 안정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증권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효과 극대화 위해 공매도부터 막는다
금융 당국은 실제로 증안펀드를 투입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면 먼저 공매도를 금지할 방침이다. 공매도가 가능한 상태에서 증안펀드를 투입하면, 일시적인 반등 이후 주가 재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투자가 몰리면서 다시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 글로벌 금융 위기(2008~2009년), 유럽 재정 위기(2011년), 코로나 사태(2020~2021년)에 이어 네 번째가 된다. 지난해 5월부터는 공매도 전면 금지가 풀리고 코스피 200·코스닥 150 종목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다.
금융 당국과 금융투자 업계에서 공매도 금지와 증안펀드 투입의 기준선으로 보고 있는 것은 ‘코스피 2000 선’이다. 주식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코스피 2000 선이 깨질 경우 증시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 당국은 전체 공매도 금액의 증가와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주는 영향, 주가 하락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입 시점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증안펀드 투입은 증시 안정을 위해 정부가 투입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에 가깝기 때문에 이러한 카드를 미리 소모해버리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통해 회사채와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채안펀드는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회사채 매입 등을 위해 처음 조성됐고, 2020년에는 최대 20조원 규모로 증액됐다. 회사채·기업어음(CP)을 매입해 자금 경색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증안펀드 투입 효과 있을까
국내 증시 안정을 위해 증안 기금이나 펀드가 조성되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하지만 증안펀드 조성 및 투입의 효과에 대한 의견은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급락 구간에서 금융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막는 안전판으로 금융시장 안정 의지 확인과 악성 매물 소화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주가를 끌어내리는 ‘불안 심리’를 해소하는 효과는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증시안정기금·펀드 집행 당시의 증시 흐름을 면밀하게 추적해보면 결국 증시의 추세를 만드는 것은 증안펀드가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었다”고 했다. 국내 경제와 글로벌 경제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실제로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안펀드 전체 규모가 17일 기준 코스피 시장 상장사 시가총액(1752조2900억원)의 0.6%에 불과한 수준이라 실제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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