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대답했다" 면담 직후 초교 없는 섬 발령..딸과 생이별
<박찬범 기자>
제가 가려는 곳은 인천의 볼음도라는 섬입니다.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1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나오는 곳인데요.
최근에 지역농협을 다니는 한 여성 직원이 이곳 볼음도로 갑자기 인사 발령이 났다고 하는데, 어떤 사연이 있는지 직접 만나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루 왕복 배편이 3번에 불과한 볼음도.
주민 200여 명이 사는 이곳에는 직원 2명만 근무하는 농협이 유일한 은행입니다.
강화도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지역농협 직원 A 씨는 지난달 19일 이곳 서강화농협 볼음분점으로 인사 발령이 났습니다.
당장 이틀 뒤부터 옮기라는 발령이었습니다.
[A 씨/지역농협 직원 : 제가 월요일(9월 19일)날 출근했을 때 오전에 거기 업무 분장이, 우리 직원들 보는 문서에 올라왔더라고요.]
A 씨는 인사 발령 사흘 전 조합장과 면담이 발단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점 순회를 나온 조합장이 지점장실로 A 씨를 불러들였습니다.
갑작스러운 호출에 A 씨가 만일을 대비해 녹음한 당시 상황입니다.
[농협 조합장 : 뭐야, 왜 대** 한 번 숙이기(인사)가 그렇게 힘들어?]
[A 씨/직원 : 인사는 제가 잘하고 있었는데… 계산대 오시는 분들은 제가 인사를 하고 갔습니다.]
손님 응대에 문제가 있다는 질책에 몇 차례 그렇지 않다고 하자, 조합장은 그 자리에서 인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겁니다.
[농협 조합장 : *** 계장 월요일 날짜로 볼음도로 발령내. 넌 가서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니까 잘 있다 와, 너 마음대로 해. 자식아, 조합장이 얘기하면 그래도 야 이** 야]
동석한 지점장도 조합장에게 사과하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A 씨 전 근무지 지점장 : 야 조합장님이 제일 큰 어른이야, 아버지야. 아버지한테 그렇게 대하는 게 말이 되냐 너?]
결국 볼음도로 가게 된 A 씨는 홀로 키우는 9살 초등학생 딸이 다닐 학교를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볼음도에는 초등학교가 없었습니다.
[볼음도 주민 : 혼자 애를 키우고 있으면서 이런 데로 섬 지역으로 발령을 낸다는 건 (인근 섬인) 주문도만 갔어도 괜찮았어요. 거긴 학교가 있으니까요.]
조합장은 면담 때 태도 문제로 발령을 낸 것을 인정하면서, A 씨가 사과하면 인사를 철회할 의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조합장 : '일 잘하겠습니다.' 이거 얘기 한마디만 (A 씨가 하면) 내가 다른 직원을 (볼음도로) 들여보내든지 뭐 진짜 나도 마음이 아프잖아요.]
(영상취재 : 김태훈·김승태, 영상편집 : 박지인, CG : 박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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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기자>
A 씨가 평일에는 섬에 들어가 일을 하는 만큼, 9살 된 딸아이는 따로 떨어져 지내야 하는데요.
평소 학교 등교는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볼음도에는 학교가 없어서 강화도 집에 남은 초등학교 2학년 B 양.
[OO아! 삼촌 왔어. OO아 곧 일어나야 돼, 알았지?]
이웃에 사는 친구 아버지가 아침에 깨워주고 등하굣길을 도와주는 것 외에는 모두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엄마랑 평일에 떨어져 사니까 많이 힘들어?) 네. (어떤 점이?) 같이 살고 싶어요. (갑자기 평일에 엄마 없으니까 어때?) 슬퍼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지역아동센터로 가서 저녁 식사까지는 해결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긴 밤을 홀로 보내야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B 양을 돌봐주던 친구 아버지도 최근 사정이 생겨 더는 등하굣길 등을 챙겨줄 수 없는 상황.
A 씨는 결국 떨어져 지낸 지 2주 만에 오늘 다시 B 양을 볼음도로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A 씨 : 애가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 해서 좀 울었어요, 밤에. 엄마랑 같이 가고 싶다고…. 어쩔 수 없이 다시 데려가는 거예요.]
강화에 있는 학교에는 이제 갈 수 없어 일단 1년에 최대 57일까지 가능한 가정학습을 신청할 생각입니다.
[A 씨 : ((가정학습 57일) 이후에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때는 학교 장학사님하고 담임선생님, 교감선생님 통해 다시 의논해봐서….]
볼음도 인근 주문도에 초등학교가 있지만, 매일 아침과 저녁에 배를 타고 다녀야 해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강화도교육지원청은 이런 사정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교육시설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에게 지급되는 지원금 외에 별도의 방안은 없다고 SBS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양지훈,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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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찬범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구제 신청 검토?
[박찬범 기자 : A 씨는 지역노동위원회에 부당 전보 구제 신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구제 신청을 하게 되면 노동위원회가 사용자, 근로자 측 양측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것이 정말 부당 인사인지 기각 혹은 인정을 판정하게 됩니다. 위원회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같이 보시면 회사의 업무상 필요성, 노동자 생활상 불이익, 정당한 절차 여부입니다. A 씨는 본인이 꼭 볼음도에서 근무해야 하는 업무상 이유가 없다는 점, 9살 딸 양육 문제로 생기는 생활상의 불이익, 갑작스레 부정기 인사를 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직장 괴롭힘 해당?
[박찬범 기자 : A 씨의 인사 발령의 발단이 되었던 9월 16일 면담에서 조합장, 지점장이 했던 말들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권남표/노무사 (직장갑질119 상근활동가) : 한부모 어머니인데 초등학교 없는 데로 인사 발령을 내는 거는 사실상 일터에서 그만두고 나가라는 이야기죠.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의 사례입니다.]
[박찬범 기자 : 사측은 근로기준법상 공식적으로 신고를 하게 되면 사측은 근로기준법상 A 씨를 가해자들과 분리 조치하고 즉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조사 결과 농협 조합장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한 사실이 인정되면 최대 1천만 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괴롭힘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A 씨에게 또다시 인사 불이익을 주면 그때는 형사 처벌도 가능합니다.]
박찬범, 김보미 기자cbcb@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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