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롯데家 푸르밀, 2세 경영 10개월 만에 사업 종료 '350명 전원 해고'..노조 "정상화 투쟁"

양범수 기자 2022. 10. 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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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롯데그룹서 독립해 사명 변경.. 2009년부터 흑자
2018년 신준호 회장·차남 신동환 공동대표 취임 후 적자
올해 신동환 단독대표 체제.. LG생건, 인수 나섰으나 '설비 노후'로 불발
노조 "모든 적자 원인이 오너 경영 무능.. 강력 투쟁"

범(汎)롯데가의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다음 달 30일부로 전 직원을 해고하고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을 사업 종료 원인으로 밝혔지만, 갑작스럽게 사업 종료 통보를 받은 노조 측은 오너 경영의 무능함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기 위한 계획적인 회사 정리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준호 푸르밀 회장(왼쪽)과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조선DB

1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동환 대표이사 명의의 이메일을 통해 다음 달 30일부로 사업을 종료하고 회사의 모든 임직원을 정리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자구 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대책을 찾아보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해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78년 설립돼 30년간 롯데그룹 계열사로 있던 롯데우유를 모태로 한 푸르밀이 2007년 독립 후 15년 만에 사업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푸르밀은 2007년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롯데햄·우유가 분할하면서 롯데우유 지분 100%를 확보한 뒤, 2009년 사명을 바꾼 회사다.

푸르밀은 2007년 신준호·김인환 공동대표 체제에서 매출액 1179억원, 영업손실 35억원을 기록했지만, 2009년 남우식 대표 선임 이후 실적이 개선되면서 2009년 매출액 2011억원, 영업이익 2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2017년까지 줄곧 2000억원이 넘는 매출액과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남우식 대표이사가 퇴임한 후 2018년 신 회장과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공동 대표로 취임해 오너 경영 체제로 회귀하면서 회사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4억원으로 적자 폭이 매년 늘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신 대표 단독 체제가 들어선 후 푸르밀에 대한 경영권 매각 가능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신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회사 지분의 60%를 보유하고 있고, 신 대표의 지분이 2012년 신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10% 이상으로 지배력을 키우지 못하면서 승계보다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LG생활건강이 푸르밀이 보유한 콜드체인에 관심을 보이며 인수 가능성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노후한 설비로 인해 LG생활건강이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매각이 불발됐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푸르밀 공장은 비가 샐 정도로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매각 계획마저 무산되자 사업 종료로 방향을 튼 셈이다.

푸르밀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당초 50일 전까지 해고를 통보해야 하나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정리 해고를 결정하게 됐다”고 통보했다.

이에 푸르밀 노조는 “모든 적자 원인이 오너 경영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없었고 해고 회피 노력도 없었다”고 맞섰다.

푸르밀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신준호·신동환 부자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분노를 느끼고 배신감이 든다. 강력한 투쟁과 생사기로에 선 비장한 마음을 표출한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직원들 사이에서 신 회장의 퇴사가 계획적인 회사 정리에 따른 수순이라는 의혹도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푸르밀의 직원 수는 354명이다. 노조 측은 정직원뿐 아니라 직속 농가, 화물차 기사, 협력업체 직원 등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사업 종료 결정을 철회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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