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누가 발가벗겼나?"..'앙숙' 그리스-튀르키예 또 충돌

장수현 2022. 10. 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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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민자 92명이 나체로 그리스와 튀르키예(터키) 국경지대에서 발견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양국에 쏟아지고 있다.

난민 문제로 갈등해온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이번에도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며 공방을 벌였다.

16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그리스 경찰은 지난 14일 "튀르키예와 접한 북쪽 국경에서 92명의 불법 이민자를 구출했다"며 "모두 알몸이었고, 몇몇은 다친 상태였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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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튀르키예 국경서 난민 92명 구조
"튀르키예가 불법 이민 조장" VS "그리스 가짜뉴스"
NYT "에르도안, 내년 선거 위해 양국 갈등 고조시켜"
지난 15일(현지시간) 노티스 미타라치 그리스 이민부 장관이 튀르키예와 접한 국경에서 구출한 이민자들의 모습이라고 밝히며 트위터에 올린 사진. 사진 속 이민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벌거벗은 채 어딘가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노티스 미타라치 트위터 캡처

최근 이민자 92명이 나체로 그리스와 튀르키예(터키) 국경지대에서 발견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양국에 쏟아지고 있다. 난민 문제로 갈등해온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이번에도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며 공방을 벌였다. 양국 지도자들이 해결책을 내기는커녕 '정치적 필요'에 따라 갈등을 이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 책임 공방…정부 기관끼리 비난 주고받아

16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그리스 경찰은 지난 14일 "튀르키예와 접한 북쪽 국경에서 92명의 불법 이민자를 구출했다"며 "모두 알몸이었고, 몇몇은 다친 상태였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 국경기관 프론텍스와 합동 조사한 결과 이민자 대부분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출신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왜 나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곧바로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며 비난을 주고받았다. 타키스 테오도리카코스 그리스 공공질서부 장관은 현지 방송에 출연해 "난민 여럿이 튀르키예 군용차 3대에 나눠 타고 북부 에브로스 강으로 이동했다고 증언했다"며 "튀르키예가 불법 이민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노티스 미타라치 이민국 장관은 이들의 사진을 올리며 "튀르키예의 이민자 대우는 문명의 수치"라고 했다.

튀르키예는 그리스의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파레틴 알툰 대통령실 공보국장은 "그리스 가짜뉴스 기계가 작동 중이다. 그리스 정부의 주장은 우스꽝스럽다"고 비웃었다. 이스마일 카타클리 튀르키예 내무차관은 미타라치 장관의 트윗을 태그해 "당신들이 저지른 잔혹한 짓을 우리가 한 것처럼 꾸미려 한다"고 비난했다.

소모적인 공방이 계속되자 유엔난민기구(UNHCR)는 사건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UNHCR는 트위터 성명에서 "충격적인 보도와 사진에 매우 괴롭다"며 "품위를 훼손하는 잔혹한 대우를 규탄하며 전면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선거 앞두고 갈등 '의도적' 고조?…유엔 "전면 조사 촉구"

국경을 개방한 튀르키예를 통해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캠프로 향하다 지역 주민들에게 저지된 난민들이 2020년 3월 3일 에게해 미틸리니 항구에서 그리스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레스보스=AP 연합뉴스

양국은 불법 이민자 문제로 오랜 신경전을 벌여 왔다. 아프리카·중동의 이주민·난민들은 유럽으로 가기 위해 튀르키예를 주요 관문으로 이용하는데, 튀르키예가 이들의 이동을 막지 않으면서 부담이 국경을 맞댄 그리스로도 넘어갔기 때문이다.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한 해 동안 난민 100만 명이 유럽으로 밀려오며 양국 갈등은 정점에 달했다. 이듬해 튀르키예가 EU의 지원을 받는 대신 국경을 넘는 이민자를 막겠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하며 진정되는 듯했지만, EU가 약속한 지원을 하지 않고 튀르키예가 4년 만에 국경 개방을 선언하며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최근 난민 문제를 두고 파열음이 커지는 데에는 양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속셈도 숨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둘 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국내 위기에 쏠리는 관심을 외부로 돌려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것. NYT는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달 초 유럽정치공동체(EPC) 회의에 참석해 "그리스는 에게해에서 분쟁을 일으킨다"고 비난하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느 날 밤 갑자기 (그리스에) 도착할 것"이라며 침공을 시사하는 등 "의도적으로 협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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