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좋아요만 눌러도 체포된다" 이란 휩쓸고 있는 언론 탄압
이란에서 히잡 착용 문제로 경찰에 체포된 여성이 의문사하면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한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이란 당국의 언론 탄압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이란 언론인들은 반정부 시위 취재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만으로도 체포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10일까지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체포된 언론인이 최소 4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달 22일 체포된 닐루파르 하메디다. 일간 ‘샤르그’ 소속 기자인 그는 이번 시위의 원인이 된 마흐사 아미니의 입원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이들 중 하나였다. 그는 지난달 16일 의식불명인 아미니의 부모가 병원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로부터 6일 뒤 그는 이란 당국에 붙잡혀 정치범이나 반정부 인사가 주로 수용되는 에빈 교도소로 보내졌다. 그의 변호사는 그가 아직 기소되지 않은 채 독방에 감금돼 있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를 취재하던 중 체포된 이들도 있다. 사진기자인 얄다 모에리는 지난달 19일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중 끌려가 구타당했다. 이후 그는 테헤란 남동부 바라민시에 있는 카르차크 여자교도소로 보내졌다. 그는 독립 매체 ‘이란와이어’에 교도소의 상태가 끔찍했다며 “100명도 넘는 여자들이 좁은 공간에 꽉 차 있었다.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3개뿐이었고 교도소 당국은 재소자들에게 진정제를 자주 처방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인들은 취재뿐 아니라 SNS 활동도 감시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에 따르면 테헤란에 거주하는 한 기자는 2주 전 당국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는 “아미니의 죽음에 대해 알고 나서 이에 항의하거나 관련 게시물을 공유한 적도 없다. 내가 수색당한 유일한 이유는 트위터에서 일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자는 공식 주소에 현재 거주하고 있지 않은데도 경찰이 들이닥쳤다며 “친정권 동료들이 시위를 지지하는 표현을 하는 이들을 당국에 보고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SNS에 시위와 관련된 게시물을 공유한 혐의로 체포된 또 다른 기자는 “회사는 내가 정권의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에 언론사의 명예도 훼손됐다며 나를 해고했다”며 “결국 나는 복직했지만,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집에서 일해야 한다. 이는 일종의 가택 연금”이라 말했다. 그는 “나는 그들이 나에게 쓰라고 하는 것을 쓰고 있다. 그들은 시위에 대한 뉴스가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퍼뜨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에 그들이 시키는 대로 계속 써야 한다”고 가디언에 털어놓았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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