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 가랬더니 지구로 돌아온 '청개구리 탐사선'..이유는?
추진력 얻으려 중력 흡수 '계획된 비행'
목성 주변 '트로이 소행성군' 관측 임무
목성 주변의 소행성들에 접근하는 임무를 띠고 지난해 10월 발사된 우주 탐사선 ‘루시’가 지난 16일(미국시간) 지구 코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목성으로 날려보낸 탐사선이 난 데 없이 1년 만에 지구로 돌아오는 엉뚱한 일이 벌어진 것처럼 보인다. 목성까지 가려면 사력을 다해 비행해도 꼬박 2년은 걸린다. 루시가 이런 희한한 비행을 한 이유는 ‘중력 보조’라는 기술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나사스페이스플라이트닷컴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목성 주변 소행성 탐사를 목표로 지난해 10월 쏘아올린 우주선 루시가 지난 16일 오전 7시4분 지구로 돌아와 지표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표면과 루시와의 거리는 불과 350㎞였다. 국제우주정거장의 고도(400㎞)보다 낮고, 웬만한 지구 저궤도 위성보다도 바짝 붙어 지표를 통과했다. 천문학적인 기준으로는 습자지 한 장 두께로 지구를 스쳐 지나간 셈이다.
인류가 제어하지 못하는 떠돌이 소행성이 이 정도 거리로 지구에 접근했다면 과학계와 전 인류에게는 초비상이 걸릴 일이었다. 하지만 루시의 경우 NASA의 세심한 통제를 받는 인공 물체였기 때문에 별 다른 문제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주목되는 건 루시는 지구가 아니라 목성 주변의 소행성 관측을 목적으로 한 탐사선이라는 점이다. 목성 궤도에는 마치 같은 육상 트랙을 달리는 것처럼 목성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형태의 소행성 무리가 있다. ‘트로이 소행성군’이다. 과학계에는 트로이 소행성군이 태양계 형성 초기에 태양계 외곽에서 끌려 들어온 것으로 본다. 이를 분석하면 태양계의 진화 과정의 일부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발사된 루시가 지구로 돌아온 건 바로 트로이 소행성군에 가는 동력을 얻기 위해서였다. 특정 천체에 바짝 붙었다가 날아가는 비행 기술인 ‘중력 보조(스윙 바이)’를 실행한 것이다.
중력 보조는 특정 천체의 중력을 흡수해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를 위해 중력을 흡수하고자 하는 천체로 스치듯 바짝 접근한다. 직선을 그리며 뛰어가던 사람이 제자리를 빠르게 뱅글뱅글 도는 또 다른 사람에게 바짝 접근한 뒤 손을 절묘하게 낚아챘다가 적절한 시점에 놓으면서 가속도를 얻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중력 보조는 1970년대에 NASA가 우주 탐사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뒤 연료 없이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에 루시는 여러 행성 가운데 지구를 중력 보조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루시의 중력 보조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2년 뒤, 그리고 8년 뒤에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모두 3번의 중력 보조를 통해 목성 주변의 트로이 소행성군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이 될 계획이다. 임무 기간은 발사 뒤 12년이 되는 2033년까지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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