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신병은 인간방패..우크라 투입 며칠만에 전사 속출"

유한주 2022. 10. 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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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실태주장 보도.."러, 질보다 양에 치중하는 듯"
"징집 10일만에 최전선..훈련없이 탄창 3개 받고 전투"
징집된 러시아 군인 [타스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신병의 시신이 담긴 관이 이미 러시아 곳곳에서 목격된다. 신병은 총알받이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동원령을 통해 징집한 신병이 전투에 투입된 지 며칠 만에 속속 전사하고 있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신병의 이 같은 실태를 폭로하는 동영상, 뉴스 등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들 게시물은 최근 러시아의 동원령에 따라 징집된 신병이 제대로 된 군사 훈련도 받지 않은 채 최전선에 배치되고 전투 물품이나 생활 환경도 열악하다는 점을 주목한다.

NYT에 따르면 신병 일부는 동원된 지 단 11일 만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으로 배치됐다.

이들 중 한 명은 NYT에 "사격 훈련은 딱 한 번 받았다. 당시 탄창은 3개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훈련을 한 번도 받지 않고 첫 전투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전차연대에 배속된 한 신병은 온라인상 동영상에서 신병을 위한 사격 연습은 없을 것이며 이론 학습도 생략될 것이라는 연대장의 발표가 있었다고 밝혔다.

NYT는 9월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발동한 러시아가 국민을 닥치는 대로 징집하고 있으나 막상 이들을 대상으로 한 훈련 체계는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의 전 애널리스트인 글레프 이리소프는 러시아가 전쟁 중 군사 전문가를 많이 잃었다며 "이제 신병을 훈련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징집된 러시아 예비군 [타스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열악한 훈련은 곧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간인이었던 신병의 전사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중부 첼랴빈스크 당국은 13일 군사 훈련을 받지 않은 신병 다수가 전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 중 5명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세한 전사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NYT는 전사자의 지인 증언을 보도한 BBC 방송을 인용, 이들이 전투 훈련 없이 "인간 방패처럼" 전선으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 소속의 한 기자도 텔레그램에서 훈련 없이 전투에 투입된 28세 신병이 징집된 지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서방 측 군사 전문가는 러시아가 구멍 난 병력을 메우는 데 급급한 상태라고 분석한다.

실제 서방은 2월 24일 개전 후 8만 명에 가까운 러시아군 병사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지금까지 20만 명을 동원한 것으로 집계하고 일부는 벌써 전장에 투입돼 잡히거나 전사했다고 주장한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신병 1만6천 명이 전투 부대에 배치됐으며 일부는 5∼10일간의 훈련만 받았다고 인정했다.

러시아 연방의회의 강경파 의원 안드레이 구루레프는 러시아가 제대로 훈련받은 부대를 전투에 투입하려면 적어도 두 달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군 의무대 [타스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 신병에게 부족한 건 훈련만이 아니다. 제대로 된 전투 장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신병은 "기관총도, 옷도, 신발도 없다"며 "신병 중 절반은 술에 취해 있고 나이도 많다"고 지적했다.

전투화, 방탄조끼, 배낭, 의약품, 붕대, 음식 등 필수 물품을 자비로 구매해야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온라인상에 올라온 한 동영상에는 완전히 흐트러진 모습의 남성 500명이 러시아 남부 접경 도시인 벨고로드 지역의 기차역에 서 있는 장면이 담겼다.

이들은 특정 부대에 배치되지도 않은 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식량을 스스로 구하며 전투에 사용할 탄약도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러시아가 군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국방과학연구소의 러시아 분석가인 요한 노르베리는 "러시아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러시아는 시간을 들여 제대로 된 병사를 양성하며 그동안은 전투에서 패배하는 것을 감수하거나 또는 당장 필요에 따라 낮은 수준의 신병을 전투에 투입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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