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지구 떠난 화성탐사선..홍수·유기물·오로라 흔적 찾았다

이영애 기자 2022. 10. 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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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시민들이 두바이의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에서 화성탐사선 '아말'(희망)의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제공

2020년 7월 20일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23일 중국, 30일 미국이 순서대로 화성 탐사선을 쏘아올렸다. 이 시기는 화성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져 화성 탐사선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세 탐사선은 약 6개월을 날아 화성에 도착한 뒤 2021년 2월부터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1년 6개월 넘는 기간 동안 화성 탐사선들이 얻어낸 연구성과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 고대 화성에는 두 차례 홍수가 있었다는 증거 나와

중국의 탐사 로버 '주룽(Zhurong)'은 과거 화성에 홍수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증거를 보내왔다.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 연구팀은 주룽이 화성 유토피아 평원을 촬영한 레이더 측정 데이터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9월 26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주룽은 유토피아 평원 착륙 지점에서 남쪽으로 1100m 이상 이동하며 지난해 5월 25일부터 9월 6일까지 약 3개월간 저주파 레이더 데이터를 수집했다. 고주파 레이더는 약 3~10m 지표면을 관측하는 데 유리한 반면 저주파 레이더는 지하 100m까지 조사할 수 있어 지층 구조를 분석할 때 주로 활용된다.

관측 결과 약 10~30m 깊이와 30~80m 깊이에 위치한 지역에서 독특한 반사 신호를 보내는 패턴을 발견했다. 천링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 연구원은 "두 지역의 퇴적단층은 약 35억 년 전과 16억 년 전 화성에 두 차례 큰 홍수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약 80m 지하까지 액체 상태인 물에 대한 어떤 증거도 얻지 못했다.

유토피아 평원은 화성의 충돌 분화구 중 하나로 고대 바다가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975년 발사한 바이킹 2호 이후 유토피아 평원을 관측한 것은 약 45년 만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성의 지질학적 역사 속에 물이 존재했다는 단서로 과거 화성에 바다가 존재했다는 가설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 화성에서 유기물 찾았다…생명체 단서 얻을까

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는 그동안 가장 많은 연구성과를 낸 '우등생'이다. 가장 최근인 9월 15일(현지시간)에도 화성에서 유기물이 포함된 암석 시료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이 높은 고대 삼각주 지역에서 생명체의 구성 성분인 유기물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퍼시비어런스는 고대 삼각주를 탐사하던 중 '와일드캣 릿지'라는 이름의 퇴적암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유기물 및 광물 분석 장비인 '셜록(SHERLOC)'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유기물(방향족 탄화수소)을 발견했다. 2013년 NASA의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도 유기물 증거를 발견한 바 있지만 퇴적물이 있는 지역에서 많은 양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켄 팔리 NASA 퍼시비어런스 프로젝트 과학자는 "오래 전 와일드캣 릿지를 만든 모래와 진흙, 소금은 생명체가 번성했을 수 있는 조건에서 축적됐다"며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려면 화성 시료 회수 임무를 통해 지구로 가져와 심층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퍼시비어런스가 수집한 유기물 시료는 2030년 초반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공동 추진 중인 화성 시료 회수 프로그램을 통해 지구로 가져올 예정이다.

이외에도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산소를 만드는 실험, 헬리콥터 성능 시험 등 추후 유인 화성탐사를 위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 오로라 미세 구조 밝혀 대기층 변화 원인 찾는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이 촬영한 화성의 오로라. NAS 제공

2020년 떠난 화성탐사선 중 유일한 궤도선이었던 UAE의 '아말'도 꾸준히 지구에 탐사성과를 보내오고 있다. 지난해 7월 화성의 오로라 관측 사진을 공개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화성 오로라를 관측하고 있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불어오는 고에너지 입자가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 속 원자나 분자와 부딪치면서 빛을 내는 현상이다. 화성에는 지구처럼 전체 자기장이 작용하지는 않지만 일부 지역은 수십억 년 전 자기장으로 자성을 띠기도 한다.

화성의 오로라는 과거 생명체가 살 수 있을 정도로 두껍게 유지됐던 화성의 대기층이 사라진 원인을 찾는 데 단서가 될 수 있다. 올해 8월 31일자에는 NASA와의 공동 연구로 화성의 양성자 오로라 미세 구조를 밝힌 결과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 리서치 레터스'에 공개하기도 했다. 아말은 남은 임무 기간 동안 계속해서 오로라를 관측할 예정이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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