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칼럼] 독립과 구분, 시너지 출발

2022. 10. 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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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을 찾은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의 모르데카이 셰브스 전 부총장을 만났다.

와이즈만과학연구소는 세계에서 기초연구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연구기관으로, 성공적인 기술이전과 기술사업화를 이뤄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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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을 찾은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의 모르데카이 셰브스 전 부총장을 만났다.

와이즈만과학연구소는 세계에서 기초연구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연구기관으로, 성공적인 기술이전과 기술사업화를 이뤄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술이전회사 ‘예다(YEDA)’의 성공은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성과와 결실을 기대하는 많은 정책의 지표이자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기술이전은 전 세계 기업을 향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를 중심으로 함에도 와이즈만과학연구소는 정부 재원이 전체 예산의 30% 이하다. 물론 초창기에는 정부 재원이 대부분이었지만 기초과학 연구성과를 적극적으로 기술로 이전하면서 그 수익을 연구에 재투자하는 자체 자금과 연구과제 수탁으로 외부 자금을 확보해 기관의 고유한 역할과 기능을 발전적으로 성장시키는 선순환적 재정자립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1934년에 연구소를 만들고 1959년에 기술이전회사를 만들어 우리보다 2배 이상의 시간으로 경험을 축적하고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모디 전 부총장은 그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그에게 물었다. ‘기초과학 연구성과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사회로 전달해 경제적 가치로 만드는 일을 한 주역으로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딱 한 가지만 비법을 알려준다면 무엇이냐’고.... 그가 말한 것은 ‘좋은 연구나 좋은 인재’라는 식의 원론적인 단어가 아니었다. ‘Independence(독립)’와 ‘Separate(구분)’였다. 독립적 의사결정과 경영이 기술이전을 목표로 예다를 설립하고 일관되게 지켜온 핵심 철학이며 성공요인이라고 했다. 와이즈만과학연구소의 자회사로 만들어졌지만 독자 이사회를 가지고 전문경영인을 두는 독립 조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한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연구를 잘하는 것과 사업을 하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전문성을 독립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연계·협력은 조직을 통합하고 섞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과정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우리나라 대학교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산학협력단과 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가 생각났다. 2020년 기준 대학이 얻은 기술료 수입은 1000억을 약간 넘는 수준이고 기술이전 건당 2000만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2020년 대학이 사용한 전체 연구·개발예산이 8조원, 정부 재원만 6조8000억, 과제당 연구비가 1억원을 넘는 수준임을 생각하면 산학협력단과 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의 성과가 미미하다. 왜 이렇게 다를까. 우리나라 대학교의 산학협력단이나 산학협력법 제28조 조항을 보면 산학협력단장은 산학협력단의 이사가 되기는 하나 해당 대학의 장의 지도·감독을 받아 그 소관 업무를 총괄하게 돼 있고, 이사회가 있음에도 이사장이 아니라 대학의 장이 산학협력단장을 임명하게 돼 있다. 지금 우리나라 산학협력단을 떠올리면 대학교의 정부 연구과제 계약을 체결하고 연구비 회계관리를 하고 간접비를 벌어들여 대학 재정을 충당하는 기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와이즈만과학연구소의 예다와는 완전히 거꾸로다. 법과 제도가 만들어온 결과가 아닐까. 산학협력단을 대학이 가지고 있는 종속구조에서 벗어나도록 법을 개정하여 그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연구기관으로서 대학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고질적 대학 재정 문제도 자립적 해결이 가능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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