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마무리 후 수거해 철저한 소독 작업 왕실, 자선단체 '바나도스'에 기부하기로 커밀라 왕비가 주관.. '이미지 개선' 기대
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 서거 후 수많은 영국인이 애도의 뜻으로 왕궁 앞에 갖다 놓은 패딩턴 곰 인형들이 자선단체를 통해 어린이들한테 전달된다. 새 국왕 찰스 3세의 부인 커밀라 왕비가 이 일을 주관하게 돼 왕실에 대한 일부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버킹엄궁은 “여왕 추모를 위해 일반인들이 남긴 1000마리 이상의 패딩턴 곰 인형들이 어린이를 위한 자선단체 ‘바나도스’(Barnardos)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인형들은 지난 9월8일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한 뒤 국장(國葬) 기간 동안 버킹엄궁 및 윈저성 부근에 꽃과 함께 놓였다. 왕실은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자 이를 수거해 최근까지 철저한 소독 작업을 진행해왔다.
영국 커밀라 왕비가 버킹엄궁에서 패딩턴 곰 인형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 기간에 일반인들이 추모의 뜻으로 궁전 앞에 갖다 놓았던 1000개 넘는 곰 인형들은 자선단체에 기부돼 어린이들한테 전달될 예정이다. 런던=AFP연합뉴스
왕실로부터 패딩턴 곰 인형을 넘겨받게 된 바나도스 측은 “여왕께선 30년 이상 우리 단체의 후원자이셨다”며 “앞으로 곰 인형을 받을 어린이들이 여왕의 추억이 아로새겨진 이 기념물을 잘 돌보고 가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주관하는 커밀라 왕비는 자선단체 이관을 앞둔 곰 인형들 사이에 둘러싸인 채 앉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찍어 공개하는 등 왕실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엘리자베스 2세는 2016년 바나도스 후원 업무를 며느리이자 당시 ‘콘월 공작부인’으로 불리던 커밀라 왕비한테 넘겼다고 한다. 불륜 등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로 영국인들 사이에 인기가 낮은 커밀라 왕비로선 자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실제로 바나도스 측은 커밀라 왕비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바나도스 최고경영자 린 페리는 BBC에 “우리 단체가 취약한 처지에 놓인 어린이, 그리고 청소년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그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신 왕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70주년 기념행사(‘플래티넘 주빌리’) 기간 공개된 단편영화의 한 장면. 패딩턴 곰 인형이 버킹엄궁을 방문해 여왕과 함께 차를 마신다는 내용이다. 버킹엄궁 제공
패딩턴 곰은 영국을 대표하는 곰 인형 캐릭터인데 올해 엘리자베스 2세 즉위 70주년 기념행사(‘플래티넘 주빌리’)를 통해 여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었다. 플래티넘 주빌리 기간에 맞줘 왕실이 BBC 등과 손잡고 만들어 공개한 단편영화는 패딩턴 곰이 버킹엄궁을 방문해 여왕과 마주앉아 함께 차를 마신다는 설정으로 영국인들한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는 “권위적인 왕실 이미지를 한층 부드럽게 해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패딩턴 곰 캐릭터는 1958년 영국 아동작가 마이클 본드(2017년 별세)가 가게 진열창에 전시된 테디베어 인형을 보고 착안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딩턴은 런던 시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또 사람으로 붐비는 기차역 이름에서 따왔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은 물론 TV 시리즈, 영화, 캐릭터 상품 등으로 제작되며 수십년간 큰 사랑을 받았고 어느덧 영국의 국민 캐릭터로 자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