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과학향기]40억살인 줄 알았던 토성 고리의 나이가 겨우 1억살?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1610년,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토성을 관측하다가 깜짝 놀랐다. 다른 행성들과는 달리 토성은 양쪽으로 괴상한 귀 모양의 물체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갈릴레오가 만든 망원경은 성능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도 고리 모양을 정확하게 분간하지 못해 '귀' 같은 물체라고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토성 주변의 귀처럼 생긴 물건이 고리라는 사실은 그로부터 약 50년 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Christiaan Huygens)'가 밝혀냈다.
이처럼 태양계에서 목성 다음으로 큰 행성인 토성은 둘레에 크고 신비한 고리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물론 목성과 천왕성, 그리고 해왕성에도 고리가 있기는 하지만 토성의 고리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될 정도로 미미하다.
얼핏 보면 마치 레코드판을 주위에 두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토성의 고리는 얼음을 포함한 여러 가지 성분의 입자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먹만 한 크기에서부터 집채만 한 크기의 입자들이 골고루 섞여져 있는 고리는 토성 표면에서 약 7만~14만㎞ 높이로 분포돼 있다.
◇기존 가설은 혜성이나 소행성 잔해들이 고리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
토성 고리의 생성 시기는 그동안 전 세계 천문학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따라서 생성 시기와 관련하여 수많은 가설이 제시되었는데, 그중에서도 태양계 초기인 45억년 전쯤에 형성됐다는 주장이 가장 우세했다.
그 주장은 바로 혜성이나 소행성과 같은 천체들이 토성에 가까이 접근했다가 부서지면서 그 잔해물들이 고리의 일부가 되었다는 가설이다. 이런 가설의 근거로는 지난 1994년 '슈메이커-레비 9' 혜성이 목성에 충돌한 사례가 꼽힌다.
당시 이 혜성은 목성에 접근하면서 여러 조각으로 쪼개진 뒤 연이어 목성과 충돌했다. 과학자들은 만약 조각난 혜성의 잔해들이 목성에 충돌하지 않고 마치 위성처럼 목성 주위를 돌게 되었다면 목성 고리의 일부가 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토성 고리도 '슈메이커-레비 9' 혜성이 일으킨 충돌 사례처럼 비슷한 방식으로 생성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리하자면 부서진 혜성이나 소행성들의 잔해 중에서 무거운 조각은 토성에 충돌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각들은 토성과 충돌하지 않고 주위를 도는 고리로 흡수되었다는 것이 가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 가설은 거대한 고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의문에 답은 될 수 있지만, 45억 년이라는 억겁의 세월 동안 고리가 문제없이 유지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 MIT공대 연구진이 토성 탐사선인 카시니호가 보내온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하여 토성 고리의 생성 과정과 생성 시기에 대해 이전 가설들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토성 고리 생성 시기는 1억년에 불과하다는 새로운 주장 등장
MIT공대 연구진의 주장에서 가장 획기적인 내용은 토성 고리의 생성 시기가 45억년이 아니라 1억년에서 2억년 사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근거로 카시니호가 보내온 정보를 제시했다. 토성 고리의 질량이 생각보다 무겁지 않고 얼음 상태도 비교적 깨끗하다는 데이터였다.
또한 고리의 형성 과정에 대해서도 이전 가설이 혜성이나 소행성의 잔해들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MIT공대 연구진은 80여개에 달하는 토성의 위성 중 일부의 잔해들이라고 주장했다. 토성의 위성 들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타이탄의 중력으로 인해 일부 작은 위성들이 파괴되면서 그 잔해들이 토성 고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크리살리스(Chrysalis)'라고 이름 붙인 위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천체들의 만유인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위성이 토성 중력에 의해 빨려 들어가다가 중력보다 기조력(tidal force)이 더 강한 위치까지 다가왔을 때 위성이 부서졌고 부서진 잔해들이 고리가 되어 토성 주위를 떠돌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조력'이란 부피를 가진 여러 물체가 중력에 의해 상호작용을 할 때, 물체 내부의 위치에 따른 중력의 상대적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부수적인 힘을 가리킨다. 지구와 달이 중력의 균형을 유지할 때 발생하는 밀물과 썰물이 기조력의 대표적 사례다.
토성 고리를 이루고 있는 입자들의 성분을 분석한 정보도 MIT공대 연구진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토성 고리 입자들의 대부분은 규산염으로 된 암석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토성 위성들의 성분과 유사하다.
한편 토성의 자전축이 공전 궤도면에서 약 27도나 기울어져 있는 것도 토성 고리가 위성 잔해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위성이 파괴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 때문에 자전축이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미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의 '프랜시스 님모(Francis Nimmo)' 교수는 “예전에는 토성 고리의 생성과 자전축의 형성은 전혀 별개의 문제로 다뤄졌다. 하지만 토성 고리가 위성 파괴로 인해 생성되었다는 가설이 사실이라면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학계가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NASA에서 행성들의 생성 과정을 연구하고 있는 잭 리사워(Jack Lissauer) 연구원은 토성 고리의 생성 과정과 자전축의 상관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주장이기는 하지만 복잡한 천체들의 생성 과정을 설명하기에는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글: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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