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짜 수산업자'의 사실확인서는 허위.."박영수 특검에게 포르쉐 렌트비 현금 봉투 안 받아"

이혜리·이보라 기자 2022. 10.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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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비 현금 봉투 전달자 기술돼있는
이 변호사의 회유·협박에 못 이겨 작성"
렌트비 수령한 이 변호사 '미전달' 인정
"수산업자에게 못 받은 자문료 상계"
박영수 전 특별검사.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파문이 일자 수산업자 김모씨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게 포르쉐 차량을 빌려준 뒤 현금 봉투로 렌트비를 받았다고 사실확인서를 썼지만, 이 사실확인서 내용은 허위로 드러났다. 박 전 특검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도 이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씨는 지난해 7월말 박 전 특검이 포르쉐 파라메라 차량 렌트비를 담은 현금 봉투를 이모 변호사에게 줬고, 이 변호사를 통해 그 현금 봉투를 전달받았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당시는 박근혜·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팀을 이끈 박 전 특검이 김씨로부터 포르쉐를 빌려타고 대게·과메기 등 수산물을 선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던 때였다. 그에 앞서 박 전 특검은 “며칠간 렌트를 했고 렌트비 250만원은 이 변호사를 통해 김씨에게 전달했다”는 입장을 냈다. 박 전 특검의 주장이 사실확인서에 담긴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최근 경향신문과 만나 ‘박 전 특검으로부터 렌트비 명목의 현금 봉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 변호사가 저에게 회유와 협박 식으로 사실확인서를 작성할 것을 요청했다”며 “사실확인서는 포르쉐 차량 이용료를 박 특검님이 봉투에 담아 이 변호사에게 줬고, 대구 모 일식집에서 현금 봉투를 저에게 줘 (제가) 받았다는 내용으로 허위사실이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돈을 받은 적이 없는데 왜 이런 사실확인서를 쓰냐고 물으니 (이 변호사가 박 전 특검의) 기소를 막아야 해서 필요하다고 했다”며 “이 변호사가 부르는 내용 그대로 써줬고 저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수감 중이던 김씨는 변호인 접견자리에서 사실확인서를 건넸다고 한다. 김씨 측 인사는 “이 변호사가 박 특검님이 차를 구매하려는데 포르쉐 차량을 타보고 싶다고, 구해달라고 먼저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이 변호사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박 전 특검에게서 받은 현금 봉투를 김씨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김씨가 사실확인서를 자발적으로 썼다며 회유·협박은 없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의 포르쉐 렌트비는 정당하게 지급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김씨에게서 받지 못한 변호사 자문료를 차량 렌트비 등과 상계(서로의 채권·채무를 같이 없애는 것)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씨에게 차량 렌트비를 줄 필요가 없게 됐고 김씨도 받지 않겠다고 해서 전달하지 않았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박 전 특검에게 차량을 준 사람은 나였고, 특검이 나한테 돈을 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왜 처음부터 상계했다고 밝히지 않고 현금 봉투를 줬다고 사실확인서를 쓰자고 했느냐’는 질문에는 ‘언론 공격이 심했고 자신의 입장이 곤란해질까봐 그랬다’는 취지로 답했다.

박 전 특검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렌트카 사용비용 전달 여부나 (사실)확인서 제출 여부는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수민)는 지난 11일 김씨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 변호사의 자문료 상계로 박 전 특검이 지체없이 렌트비를 지불했다고 볼 수 있는지, 박 전 특검이 이 변호사를 중간에 내세워 이익을 받은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김씨와 이 변호사를 처음 연결한 사람이 박 전 특검이다.

앞서 경찰은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 이모 부장검사,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전 TV조선 앵커, 이모 중앙일보 논설위원, 정모 TV조선 기자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청탁금지법은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처벌받도록 돼 있다. 대가관계나 직무관련성이 드러나면 뇌물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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