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만 보이면 끌고 가"..다급해진 러시아, "기숙사·카페 들이닥처 무더기 징집"

박세영 기자 2022. 10. 1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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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에 징집된 예비군들이 지난 4일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사격장에서 저격수 훈련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한 사격장에서 러시아군에 징집된 예비군들이 군사 훈련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노숙자 쉼터도 수십명 끌려가”

징집 며칠 만에 사망 소식 들려 가족들 분노

러시아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이 모스크바 중심가 등을 순찰하며 예비군 동원령 대상 연령대의 노숙자와 직장인 등을 무더기 징집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이 이날 모스크바의 한 노숙자 쉼터에서 수십 명을 체포했으며, 지난 13일 새벽에는 한 건설사 기숙사에 들이닥쳐 노동자 200여 명을 끌고 갔다고 전했다. 러시아 도시 지역에서는 예비군 부분 동원령이 발동된 이후 남성들이 징집을 피해 해외나 시골로 탈출하거나 도시 내 비밀스러운 곳에 숨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이들을 찾는 경찰과의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이웃 국가들의 통계에 따르면 동원령 발령 후 지금까지 30만 명 이상의 남성과 그 가족이 러시아를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은 최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자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아파트 로비를 지키고 서서 징집 영장을 발부하고 사무실 건물이나 호스텔 등을 급습하고 있으며, 카페와 식당 출구를 봉쇄한 뒤 징집 대상자가 있는지 수색하기도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동원령 발동 후 지금까지 22만여 명이 징집됐다며 징집 절차가 2주 이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을 원하는 강경파들은 2차 징집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예비군 동원령을 통한 이런 강제 징집은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을 촉발해 사회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전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동원령 발동 후 징집된 병사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이들의 시신이 고향으로 들어오면서 반전 여론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통합당의 고위 당직자인 안드레이 클리샤스는 징집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징집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징집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전장에서 사망한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유족들의 분노와 함께 부실한 훈련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도 끓어오르고 있다. 훈련장에서 병사들이 총기 난사 사고로 사망하는 등 동원령 이후 불미스러운 사건들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임스 등 러시아 독립매체들에 따르면 첼랴빈스크 지역 주지사는 지난 13일 이 지역 출신 징집병 5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당국이 동원령으로 징집된 병사들의 사망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사망한 징집병들의 규모는 공식 확인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사망 소식은 향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매체들은 지난 14일에는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신 징집병 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한 병사들 중에는 변호사나 공무원 출신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당국은 사망한 병사들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아 주민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사망한 것은 아닌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애초 징집 시 2개월가량의 훈련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며칠 만에 전장에 투입돼 사망하는 등 훈련이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가디언 등 서방 언론들은 징집병들의 죽음으로 러시아 여론이 악화할 경우 전쟁이 다른 양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동원령 이후 러시아군 내에서는 불미스러운 사건들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파르티잔스크에서는 러시아군 징집 장교가 울타리에 매달려 사망한 채 발견됐다. 훈련을 받던 징집병이 자해하거나 자살하는 사건도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벨고로드의 러시아군 사격장에서는 이날 훈련 도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훈련병 1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격을 가한 범인들이 훈련병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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