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카카오 데이터센터..주주들은 '천불'이 난다
올해만 카카오 55%↓ 페이 79%↓
자회사 쪼개기 상장도 역풍 작용
개인 투자자에 직원까지 대형 손실
자사주 3000억 소각 등 나섰지만
성장성 담보 없인 주가 반등 ‘난망’
주가가 연초 대비 반토막이 된 카카오 그룹주(카카오·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가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도 3%대 하락한 상태라 17일 코스피에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성장주의 대표로 꼽히는 카카오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3일 11만4500원에서 지난 14일 5만1400원으로 55.1%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가 발생해 지난 15일부터 주말 내내 서비스 장애가 지속되면서 카카오에 대한 기업 신뢰가 큰 타격을 입었다. 주말 새 카카오톡을 떠나 라인이나 텔레그램 등 경쟁 메신저로 옮겨간 이용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또 다른 요인은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자회사 주가가 금리 상승, 성장 정체 등의 이유로 하락해 지분 가치가 할인됐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의 46.99%, 카카오게임즈의 41.01%, 카카오뱅크의 17.18%를 보유한 1대 주주다. 자회사를 ‘쪼개기’ 상장했던 것이 카카오 주가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연초 9만3000원에서 지난 14일 3만8250원으로 58.9% 하락했다.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5만9100원에서 1만7500원으로 70.4%, 카카오페이는 17만6500원에서 3만6100원으로 79.5% 떨어졌다.
카카오 그룹주가 고공행진하던 시절에 주식을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페이가 상장하던 당시 빚을 내면서까지 우리사주를 사들인 직원들도 손실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공모 물량의 19.5%인 4970억203만8000원어치를 약 1000명의 직원이 떠안았다. 1인당 4억9700만원가량을 매수한 것인데, 주가가 공모가 대비 55%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1인당 2억2730원 정도의 손실을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카카오는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냈다. 카카오는 연내 약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한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7일 윤호영 대표 명의의 성명을 내고 내년 초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신원근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이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3일 ‘시장 여건상 회사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며 자회사 라이온하트의 상장 철회를 발표했다. 이 건은 카카오가 쪼개기 상장한 카카오게임즈가 자회사를 또다시 상장한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던 사안이다.
카카오 그룹의 주가 방어 움직임에도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최근 주가 하락은 근본적으로 회사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을 넘는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카카오게임즈는 킬러콘텐츠 신작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 목표주가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20% 낮은 8만원으로 내렸고, NH투자증권은 11만원에서 7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목표주가는 ‘먹통 사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목표주가는 추가 조정될 수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먹통 사태가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카카오톡 이용자 수가 쉽게 줄지는 않겠지만, 정보통신기업들은 활성화 유저수가 가장 중요한 만큼 먹통 사태가 지속되거나 반복돼서 이용자 수가 감소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진·박채영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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