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동원령 열흘..'징집병 사망' 비보 행렬

박용하 기자 2022. 10. 1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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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선서 사망..인적 사항 공개 안 해 불안 고조
훈련장선 총기 난사 사고..반전 여론 불 지필지 관심

최근 동원령 선포로 홍역을 치른 러시아가 징집된 병사들의 사망 소식이 날아들기 시작하며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징집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전장에서 사망한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유족들의 분노와 함께 부실한 훈련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끓어오른 것이다.

훈련장에서 병사들이 총기 난사 사고로 사망하는 등 동원령 이후 불미스러운 사건들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타임스 등 러시아 독립매체들에 따르면 첼랴빈스크 지역 주지사는 지난 13일 이 지역 출신 징집병 5명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당국이 동원령으로 징집된 병사들의 사망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황이 악화되자 지난달 21일 전쟁 개시 이후 처음 동원령을 발표한 바 있다.

사망한 징집병들의 규모는 공식 확인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사망 소식은 향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매체들은 지난 14일에는 크라스노야르스크 출신 징집병 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한 병사들 중에는 변호사나 공무원 출신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동원령 발령으로 악화됐던 러시아 내 여론은 징집병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특히 당국이 사망한 병사들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지 않아 첼랴빈스크나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사망한 것은 아닌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징집병들에게 부실한 훈련이 이뤄진 정황도 대중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군 당국이 애초 징집 시 2개월가량의 훈련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열흘 만에 전장에 투입돼 사망한 사례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영매체 RT의 나탈리아 로세바 부편집장은 모스크바시의 공무원이었던 알렉세이 마르티노프(28)가 전투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로 징집돼 불과 며칠 만에 최전선에 배치됐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군 관계자들이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가디언 등 서방 언론들은 징집병들의 죽음이 러시아 내 반전 여론에 불을 지핀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명분 없는 전쟁을 위해 국민들이 생명을 잃기까지 하는 상황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원령 이후 러시아군 내에서는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파르티잔스크에서는 러시아군 징집 장교가 울타리에 매달려 사망한 채 발견됐다.

훈련을 받던 징집병이 자해하거나 자살하는 사건도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벨고로드의 러시아군 사격장에서는 이날 훈련 도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훈련병 1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격을 가한 범인들이 훈련병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고문은 범인들이 타지키스탄 출신이며, 종교 문제로 훈련병들과 언쟁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이 사격훈련을 받던 중 테러리스트들이 소형화기로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총격범들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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