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백업조차 안한 카카오에 '플랫폼 경제' 마비

윤선영 2022. 10. 1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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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최악의 서비스 정지사태
카톡·카카오T 등 全서비스 먹통
복구 시점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초보수준인 '데이터 분산' 그쳐
"카카오 위기대응 이해못할 수준"
카카오T 주차시스템도 장애 카카오톡 등에서 15일 오후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장애가 장기화하면서 불편이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경기 과천의 한 카카오T 주차 사전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과천=연합뉴스
PC용 카카오톡의 오류 안내문. 카카오톡 캡처

데이터센터 지하실에서 발생한 전기 불꽃이 전 국민의 일상을 멈춰 세웠다. 화재는 8시간여 만에 진화됐지만 대중교통, 온라인결제, 송금 등 서비스 장애는 복구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민 플랫폼' 카카오의 위기대응시스템이 구멍가게 수준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6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는 지난 15일 오후 3시 33분께 발생해 8시간여 만인 오후 11시 46분께 진화됐다. 화재로 인해 중단됐던 데이터센터 전원공급도 16일 오전 9시 기준 90% 이상 정상화됐다. 그러나 카카오 서비스는 복구시점조차 가늠하지 못 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화재가 서비스 장애의 1차 원인이긴 하지만 전원 정상화 이후에도 서비스 문제가 계속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화재가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는 카카오는 물론 네이버도 입주해 있다. 이 때문에 두 회사 모두 화재의 피해를 입었지만 위기 대응력에는 차이가 있었다. 카카오는 포털 다음과 카카오톡, 카카오 T, 카카오페이 등 서비스 전반에 오류가 계속되며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의 서비스 오류는 장애 발생 20시간이 지난 현재도 아직 완전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빈번한 서비스 장애를 빚어왔다. 2018년부터 총 19건, 올해만 이번 장애를 제외하고 5건의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카카오톡 12년 역사상 최장 장애다.

카카오는 '전국민 메신저' 타이틀을 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광고, 쇼핑, 결제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고 택시, 버스, 지하철, 지도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카카오 공화국'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IT 투자는 미흡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카카오톡은 그동안 잦은 오류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대책은 미봉책에 그쳐왔다.

반면 네이버는 뉴스, 스마트스토어, 쇼핑라이브 등 일부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했지만 몇 시간 만에 정상화됐다.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카카오는 내년 안산에 첫 데이터센터를 준공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화재가 난 SK C&C 데이터센터에 대부분의 서버를 뒀다. 이 상황에서 시스템을 이중화했다고 밝혔지만 재해복구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전날 발표한 사과문에서 "카카오는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과 같이 데이터센터 한 곳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해당 조치를 적용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카카오가 유사시 메인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이어받아 가동되는 재해복구시스템을 갖춘 게 아니라, 데이터를 여러 곳에 분산해 보관하는 수준에 그쳤음을 시사한다. 이는 IT 위기대응체계 중 초보적인 수준으로, 데이터를 분산 백업하는 것과 서비스가 정상 가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최악의 경우 데이터 손실을 막을 수 있을 뿐이다.전문가들은 5000만명 가까운 국민이 매일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쓰는 서비스라면, 장애 시 재해복구시스템이 즉각 자동 가동하는 체계를 갖췄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발 나아가 국내 일부 기업은 평소에 똑같은 기능을 하는 쌍둥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 재해가 발생해도 문제가 없도록 하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한곳에 불이 났다고 계열사 전체 서비스가 장시간 먹통이 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는 이중화 시스템 구축에 실패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데이터센터 분산은 IT기업의 기본 중 기본인데 카카오가 이를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전 국민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카카오의 허술한 서비스 체계는 우리 사회 전반의 불안과 불편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시급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현재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완전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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