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은 변장한 축복" 시련 때마다 되뇌어..위기 넘어 그룹재건 [톡톡! 경영인]

김대영,이새하 2022. 10. 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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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원 HL그룹 회장, 창립 60주년 맞아 그룹이름 바꾸고 새 출발
질병·전쟁 위기속 도약위해 사명변경
미지의 영역에 대한 도전의 의미 담아
만도 혁신 로드맵 완성車 2년 앞서야
스타트업에도 투자
'위닝 스피릿' 갖춘 조직문화 구축 목표
강력한 자부심 직원에 주고싶다

대담 = 김대영 산업부장 겸 지식부장

정몽원 HL그룹 회장(67)은 물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말한다. 그는 '한강'의 물처럼 꿋꿋하게 흐르는 지속성이야말로 시대가 원하는 기업이라고 믿는다. 이는 '더 높은 삶(Higher Life)'을 추구한다는 'HL그룹'의 브랜드 철학으로 이어진다.

고속 성장하던 한라그룹(현 HL그룹)은 정점(1997년 재계 서열 12위)에 올랐을 때 외환위기를 겪었다. 정 회장은 큰 시련이 닥칠 때마다 '고난은 변장하고 찾아온 축복이다'라는 말을 되뇐다고 했다. 위기에 강한 경영인이 바로 그였다.

정 회장은 2008년 주력 계열사였던 만도를 다시 사들였고 그룹을 재건했다. HL그룹은 HL만도·HL클레무브·HL디앤아이한라 등 계열사만 43곳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 매출 10조원을 예상할 정도로 회복했다.

정 회장의 경영철학에는 부친이자 창업주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의 정신이 녹아 있다. 최근 찾은 서울 송파구 HL그룹 본사 정 회장 집무실에는 선친의 가르침인 '학여 역수행주 부진즉퇴(學如 逆水行舟 不進則退)'라는 어구가 걸려 있었다. 배움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뒤로 물러선다는 뜻이다. 매일 꼬박꼬박 여덟 종류의 신문을 읽는 습관도 선친에게 배웠다.

정 회장에게 HL그룹 60주년을 맞는 소감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사람과 기업 문화가 중요하다"며 인재를 강조했다. 조직을 맡을 좋은 사람을 찾아 경영자로 길러내고 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 본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옛 위니아만도(현 위니아)가 '딤채'로 김치냉장고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정 회장은 지금도 '제2의 딤채'가 될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업 평균수명이 줄고 있는데 60년간 이어온 HL그룹의 핵심 역량은.

▷성실함과 끈기, 도전정신 덕분인 것 같다. 집무실에 걸린 '학여 역수행주 부진즉퇴'라는 문구처럼 사업도 배움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명을 'HL'로 바꾸고 조직도 개편했는데.

▷최근 질병과 전쟁, 반도체 문제, 공급망 붕괴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일들이 터졌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과거와 현재를 보고 미래 10년에는 뭘 해야 할지 많이 생각했다. 최근 3년간 그룹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찾아내야 한다.

―새로운 그룹명 의미는.

▷HL에는 한라의 좋은 가치가 스며들어 있다. 아울러 익숙한 것에서 탈피해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겠다는 '더 높은 삶'이란 뜻도 있다. 스트라이드(Stride) 심벌에는 대담하게 도약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HL만도와 HL클레무브 등 자동차 계열사에 기대하는 것은.

▷만도는 자동차 회사 로드맵이 아니라 우리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자동차 회사보다 1~2년 앞서고 혁신적인 아이템을 내놔야 한다. 다행히 만도는 2년 연속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을 받았고 수주 의뢰도 많이 들어온다. 브레이크·스티어링·서스펜션 등 3개 분야 성장률이 10년 안에 2배나 뛸 것으로 예상한다. 소프트웨어·디지털화·전략 등 세 가지를 바탕으로 시장 리더가 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HL클레무브에서 기술이 제일 중요하다. 내부 기술을 키우기도 하지만 다른 기업 기술을 빌리거나 사는 것도 중요하다. 고객 다변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성장 동력은.

▷HL그룹과 관련된 분야와 스타트업(새싹기업) 등에 중점적으로 투자한 상황이다. HL그룹이 수주 산업과 중간재 산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성장 동력은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10년 내 도달하고픈 목표는.

▷달라지려면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업에 권한을 많이 넘겨줬고 의지의 표현으로 각 계열사에 있던 회장 집무실을 다 폐쇄했다. 나는 신성장 동력을 찾고 사람과 기업 문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떤 기업 문화를 만들고 싶나.

▷기동성 있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 좋다. 탁월하면서도 '위닝 스피릿(Winning Spirit)'이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최근 HR혁신실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승계 계획이 있나.

▷언제까지라고 말할 수 없지만 능력 있고 그룹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이 있으면 (승계할) 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어떤 경영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무한한 아이스하키 사랑

韓하키 발전 기여 공로
세계 명예의전당 헌액
"하키·경영 공통점 많아"
정몽원 회장(왼쪽)이 최근 핀란드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명예의전당 행사에서 뤼크 타르디프 연맹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HL그룹]
정몽원 회장은 동계 스포츠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지금의 아이스하키를 키운 주인공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1994년 국내 최초로 남자 실업 아이스하키팀인 '만도 위니아'(현 HL 안양)를 창단해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 여섯 차례나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명문 팀으로 키웠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은 정 회장은 빙상장을 오가며 사상 처음으로 한국 아이스하키팀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본선에 진출하도록 도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정 회장은 지난 5월 세계 아이스하키 명예의전당 '빌더'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빌더는 아이스하키 발전에 공로가 큰 인물에게 주는 칭호다. 한국인 최초다.

―세계 아이스하키 명예의전당에 오른 소감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자부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아이스하키와 경영의 공통점은.

▷아이스하키는 동계 종목 중 유일한 팀 스포츠다.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잘해야 한다는 게 기업과 굉장히 비슷하다. 또 아이스하키에서 가장 중요한 게 '스피드'다. 기업도 고객 대응부터 의사 결정,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스피드가 필요하다.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아이스하키와 경영의 공통점이다. 이제 기업도 다른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 아이스하키 역시 어시스트를 2명 인정할 만큼 협력이 중요하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도 같다.

―건강은 어떻게 관리하나.

▷건강이 제일이다. 1년 반 전부터 개인 트레이닝을 시작해 일주일에 세 번씩 PT를 한다. 직원에게도 건강 관리를 강조한다. 직원이 건강해서 잘되고 행복해야 회사도 좋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몽원 회장은…

▷창업주 고 정인영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 한라해운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은 뒤 1992년 한라그룹(현 HL그룹) 부회장에 올랐다. 1997년 정 명예회장을 이어 회장직에 올라 그룹을 이끌고 있다.

[정리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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