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문재인은 김일성주의자' 의심이 김문수뿐인가"
국민의힘이 북한 도발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로 돌리고, 북한에는 ‘단호한 결심’을 언급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당권 주자들은 독자 핵개발부터 전술핵 공유까지 다양한 층위의 핵무장론을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또 이념 성향에 따라 찬반이 극명한 여성가족부 폐지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주째 20%대(한국갤럽)로 주저앉은 상황에서 안보·젠더 이슈에 반응하는 보수층 지지부터 회복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에서 여당이 야당과 교집합이 넓은 민생 이슈보다 이념 성향별 갈라치기에 몰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김정은의 생존전략이 분명해졌다. 동북아의 ‘미친개’가 돼서 미국·한국·일본과 죽도록 싸우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김정은은 절대로 한민족인 우리를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직도 믿나”라며 “민주당은 언제까지 북한 주민의 인권에 등돌리고 김정은의 친구로 남아있을 생각인가”라고 따져물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일성주의를 추종하는 사람이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이 김문수 한 사람뿐인가”라고 했다.
전날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의 적대적 행위는 분명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도발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어떠한 ‘단호한 결심’이라도 할 굳은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문재인 정부에 안보위기의 책임을 물으며 북한에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초동 대응에 미흡했다는 지난 13일 감사원의 발표를 활용한 공세도 이어갔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SNS에 “문재인 정권의 비굴한 종북성향을 가리기 위해 대한민국 공무원에게 ‘월북자’라고 덧칠했다”며 이 사건을 “문재인 정부의 월북 조작 게이트”라고 명명했다.
당권 주자들은 핵무장 주장을 펴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라며 자체 핵무장을 주장했다. 김기현 의원도 지난 13일 SNS에 “핵무기는 대칭성을 가진 핵무기로만 막을 수 있다”고 핵보유를 주장했다.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해온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우리도 게임체인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은 “자체 핵무장은 비현실적”이라며 “한·미 간 핵 공유 협정을 맺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안보 위기에 적극 대응하며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당권 주자들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보수 당원들의 눈에 들기 위해 현실성보다 선명성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보수층 결집 이슈는 더 있다. 여가부 폐지가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고위 당정에서 정부 조직 개편 카드를 꺼내들고, 7일 의원 전체 명의로 여가부 폐지 법안(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발의하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여가부 폐지에 대해 지지율은 보수층이 65%(반대 18%)인 반면, 진보층은 22%(반대 63%)로 이념 성향별로 엇갈렸다. 북한 위협에 대응할 목적으로 일본과 군사적 협력을 하는 데 대해서도 보수층은 71%가 지지(26% 반대)했지만, 진보층은 지지율이 27%(70% 반대)로 차이가 컸다. 국민의힘이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한 민주당의 친일 공세에 연일 “죽창가 시즌2”(박정하 수석대변인) 등으로 적극 대응한 이유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해 지지율 반등을 이룰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 비판을 넘어 윤 대통령이 대북정책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이 지난 11일 “조선은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고 해서 벌어진 식민사관 논란 같은 실점도 나오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에선 여당이 거대 야당을 설득해 민생 과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자기 지지층 결집만 모색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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