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활엔 고준위 방폐장 건설 '필요조건'.."특별법 통해 못 박아야"

김민성 기자 2022. 10. 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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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2년 저장시설 포화..수용성 문제로 40년간 번번이 실패
특별법 3건 발의됐지만 정치공방에 공회전 우려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고준위 방폐장 건립은 지난 40년동안 9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원전을 통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선 고준위 방폐장 확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원전에서 배출되는 방사성 폐기물(방폐물)의 처리는 원전 가동 확대에 필요조건으로 꼽힌다. 지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친(親)원전' 기조로 선회한 윤석열 정부의 계획대로 원전 발전 비중을 높이려면 방폐물을 보관할 영구 처분시설 확보가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고준위 방폐장 건립 논의는 지리적 문제와 선정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 '주민 수용성'이 발목을 잡으면서 번번이 좌초됐다. 윤석열 정부는 방폐장 건립과 관련해 2036년 부지 확보, 2043년 중간저장시설 완공, 2060년 방폐장 운영 등의 로드맵을 내놨다. 그러나 명문화되지 않은 만큼 특별법 제정을 통해 앞으로 정치적 상황의 변화와 관계없이 추진되도록 법제화 해야 한다는 원전업계 주장이 나온다.

16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업계에 따르면 원전 내 방폐물 저장률은 월성 원전이 99.2%로 연내 저장시설 포화가 예상된다. 고리(85.4%), 한울(81.7%), 한빛(74.2%) 원전 역시 각각 2031~2032년 저장시설이 꽉 차게 된다. 현재 국내 26기 원전에서 발생한 고준위 방폐물은 약 1만8000톤(t)에 달한다.

◇ 방폐물 임시저장 시설 포화상태…안정적 처리 방안 필요 정부는 1978년 고리원전 1호기를 가동한 이래 1986년부터 영덕·영월·안면도·굴업도·부안 등을 고준위 방폐장 건설 가능 부지로 발표하고 건립을 시도했지만 지리적 문제와 주민의 거센 저항에 실패했다.

이후 정부는 배출량이 많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우선 처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해 2009년부터 경주시 월성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운영 중이다. 고준위 폐기물들은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 부지의 임시저장시설에서 보관되고 있다.

방폐물 포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고 앞으로 원전 가동률이 올라가면 더 빨리 포화될 수 있는 만큼 방폐물 처분시설 설치를 위한 특별법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2030년 국내 원자력발전 비중 목표를 기존 23.9%에서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 "정부 로드맵은 설 익은 계획에 불과, 정권 부침 상관없는 특별법 필요"

원전업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고준위 방폐장 설치 로드맵이 여전히 '설익은 계획'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예상할 수 없는 정치 상황과 향후 정권의 부침에 따라 정부 계획은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방폐물 기본계획 서류도 28쪽에 불과해 프랑스(270쪽), 스페인(251쪽), 미국(146쪽) 등 외국과 비교해 구체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현 정부의 로드맵을 못 박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 사업의 장기간 체계적 시행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핀란드의 경우 1994년 고준위 방폐장법을 만들고 2004년 부지를 선정한 후 2024년 준공 예정까지 총 30년이 걸렸다"며 "산술적으로 따지면 우리는 고준위 방폐물 포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방폐장 건설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특별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고준위 방폐장 설치 3건 법안 발의…탈원전 정책 공방으로 공회전 우려

국회에는 고준위 방폐장 설치와 관련해 모두 3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3개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를 설치한 뒤 공론화를 통해 방폐장 예비후보자를 선정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부지를 확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안은 방폐장 유치 지역에 대한 특별지원금 지원과 공공기관 이전, 지역주민 우선 고용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강조했다.

원자력 학계가 참여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안은 2035년 이내에 관리시설 부지를 확보하고 2043년 중간저장시설, 2050년엔 처분시설을 운영한다는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했다. 2060년 방폐장 운영을 담은 정부의 로드맵과 비교하면 첫 운영 시점을 10년 앞당긴 것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안은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재 건설·운영 중인 발전용 원자로의 설계수명 기간에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만 저장하도록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민주당의 법안이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근거해 원전의 수명이 연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입법 논의도 공회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은 원전 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시설"이라며 "주민투표 등 지역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특별법에 반영되는 등 의미가 있는 만큼 여야 정치적 이해관계 없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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